2002장
호정은 불만스러운 듯 소만리를 노려보았다.
소만리는 날카로운 눈동자를 한껏 치켜세웠다.
“내 물건에 손대지 말라니까.”
그녀는 차가운 어조로 주의를 준 후 호정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섰다.
“나가. 내 일에 방해하지 말고. 지금 이 시간에 나가면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을 거야.”
소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호정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뭔가 소리를 듣게 되었다.
소만리가 고개를 돌려 보니 호정은 그녀가 만든 향수에 다시 손을 뻗어 집어 들었다.
이것은 현재 유일한 완제품이었다. 바로 오늘 저녁에 고객에게 시향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호정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소만리를 바라보며 그녀가 이 향수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호정은 입꼬리를 구부리고 웃으며 향수를 높이 든 다음 손을 놓으려는 몸짓을 했다.
“소만리, 이 향수 되게 신경 쓰이나 봐요?”
호정은 거만한 얼굴로 향수 뚜껑을 열었다.
시원한 숲 향기가 코끝으로 퍼져나가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향이었다.
“이게 바로 고급 조향사가 만든 향수예요? 정말 냄새가 너무 좋은데요. 하지만 내가 지금 손을 놓아 버리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겠죠?”
호정은 소만리를 위협하려는 의도로 말했지만 소만리는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서? 당신은 또 나한테 어떤 조건을 내걸고 싶은 건데?”
“나 같은 게 어떻게 감히 당신한테 조건을 제시할 수 있겠어요? 난 당신이 아주 영리하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말인데...”
호정은 향수를 한번 쳐다보았다가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곧 이 향수가 바닥에 떨어져 물거품이 되는 것을 상상하는 듯했다.
이윽고 호정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그대로 향수병을 떨어뜨렸다.
바로 그때 한 줄기 검은 그림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호정이 달려드는 사람을 똑똑히 보았을 때 이미 기모진은 바닥으로 추락하던 향수병을 손으로 받은 뒤였다.
호정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어쩔 줄 몰라하며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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