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장
호정은 입술을 깨물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기모진과 소만리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거짓말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일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자신의 실수를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지금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기모진과 육체적 관계가 있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날 산비아 궁전에서 있었던 일을 그녀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차로 돌아왔고 차가 움직여 집으로 향하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엔 어색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기모진이 다리를 다쳤기 때문에 운전은 소만리가 했다.
기모진은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 감돌던 침묵을 깨뜨리며 입을 열었다.
“위험할 뻔했잖아. 회사 로비에서 그런 난동을 부리는 여자는 절대 선한 사람일 수 없다는 걸 알았어야지.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위험을 무릅쓰고 그 여자를 만날 생각을 해?”
기모진의 말은 그녀를 책망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그녀를 걱정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
이 점은 소만리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바로 입을 열어 잘못을 인정했다.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기모진은 소만리에게 잘못을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다정하게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소만리는 기모진의 손길을 느꼈고 빨간 신호등에 차가 멈춰 서자 기모진에게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보였다.
“모진,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소만리, 당신 그 여자가 불쌍하다고 생각해?”
소만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 여자는 거짓말을 했어. 그 여자는 임신하지도 않았고 난 그 여자를 괴롭히려고 사람을 쓴 적도 없어. 하지만 당신과 그 여자 사이에...”
“소만리, 그 얘기는 그만해.”
기모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화제를 돌렸다.
“그 여자는 고승겸에게 속아서 이용당한 거야. 유일하게 그 여자가 불쌍하게 여겨지는 점은 고승겸에서 이용당했다는 거야.”
“그 여자는 고승겸에게 이용당한 게 아니야.”
소만리가 말했다.
“그 여자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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