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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장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묵직한 물건이 땅에 떨어졌다. 소만리는 뭔가를 짐작하고 얼른 뒤돌아보았다. 역시나 호정의 왼쪽 손목에서 검붉은 피가 굽이굽이 흘러내렸다. 피로 물든 과도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호정의 얼굴은 곧 창백하게 변했고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소만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소만리, 내가 죽으면 당신이 범인이 되는 거예요.” 호정은 이를 악물고 말을 했고 몸은 점점 축축 처지며 힘없이 바닥 위에 늘어졌다. 아무리 호정의 행동이 비이성적이었다고 해도 목숨이 걸린 문제이니 만큼 소만리도 그녀의 행동에 대해 더 이상 따지지 않고 호정을 일으키려고 얼른 달려갔다. 하지만 호정은 소만리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당신 도움은 필요 없어요. 소만리, 여기서 날 돕는 척하지 마세요. 당신은 내가 죽기를 원하잖아요!” 호정은 온 힘을 다해 소만리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여러분, 잘 보세요. 이 소만리라는 여자가 절 죽이려고 괴롭혀요! 내가 이 여자 남편이랑 하룻밤을 보냈거든요!” “뭐...” 진실을 알 리 없는 구경꾼들은 호정의 말에 모두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저 여자가 한 말이 정말이야?” “설마 그럴 리가요. 기 사장님이 얼마나 부인을 사랑하는데요. 어떻게 밖에서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울 수 있겠어요?” “진짜가 아니라면 저 여자가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손목을 자르고 자해할 수 있겠어? 잘못하다간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건데 말이야.” 주변에서 의아해하는 소리가 들리자 호정은 조용히 입꼬리를 잡아당겼다. 자신의 행동이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 같았다. 그녀는 한 마디 더 해서 그들이 가지는 의혹의 불씨에 기름을 더 부으려고 했지만 피가 흘러내리면서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이윽고 호정은 소만리의 몸에 힘없이 풀썩 쓰러졌다. 소만리는 바로 몸에 걸친 흰 가운을 벗고 호정의 손목을 묶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고 의료진이 달려와 의식을 잃은 호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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