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장
남연풍은 순간 고승겸의 불만이 극도로 끓어오르는 것을 눈치채고 그가 어떤 행동을 보일지 직감했다.
고승겸을 두려워하고 그의 지위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그녀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고승겸, 당신이 지금 몹시 불만스럽고 불쾌한 심정이라는 거 알아. 하지만 뭐가 그렇게 불쾌한 거야? 지금까지 당신이 걸어온 길은 당신 스스로 선택한 거야.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일에 스스로가 책임을 지는 거야. 내가 AXT69를 개발한 죄로 내 아이를 잃은 것처럼 당신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구.”
남연풍의 마지막 말이 고승겸을 격하게 자극했다.
그의 두 눈은 마치 매서운 칼바람을 집어삼킨 것 같았고 순식간에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그는 자신을 높은 곳에서 끌어내리겠다는 결심을 굳힌 여인을 보며 침울하고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가 갑자기 비웃음 가득한 얼굴이 되어 아무 말없이 돌아섰다.
고승겸은 그냥 훌쩍 걸어갔다.
앞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그에게 길을 열어 주었다.
고승겸은 아무 반박도 변명도 없이 혼자 인파를 헤치고 금빛 찬란한 궁전에서 사라졌다.
남연풍은 휠체어를 돌려 고승겸이 떠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슴에서 피눈물이 나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그녀는 고승겸이 평생 그가 바라던 욕망에 닿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까지 꿈꾸던 꿈, 그가 갈망하던 삶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남연풍은 후회하지 않았다.
그때 조용한 분위기를 깨고 여자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고승근의 엄마가 입을 가리고 웃고 있는 것이었다.
고승겸이 이렇게 고꾸라졌으니 이제 왕위 자리를 넘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의 아들뿐이었다!
소만리는 궁전에 더 머물 생각이 없었고 어서 빨리 기모진을 찾으러 가고 싶었다.
그녀는 대기실로 가서 미리 준비해 놓은 옷으로 갈아입고 문을 나섰다.
그러나 뜻밖에도 남연풍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러 기다린 거예요?”
소만리가 물었다. 남연풍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가 이내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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