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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장

소만리는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승겸은 소만리가 혼자 편안하게 소파에서 쉴 수 있게 자리를 피해 준 것이었다. 소만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는 아까 고승겸이 그녀에게 말한 세 가지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임무 수행이라기보다는 명령에 가까웠다. 잠시 후 소만리는 서재를 나왔고 기모진이 있는 방을 지나갈 때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늦춰졌다. 때마침 방 문이 열려 있었고 소만리는 고승겸의 주치의가 기모진의 상처에 드레싱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모진 옆에는 그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시중이 다정하게 곁을 지키고 있었다. 소만리는 걸음을 멈추고 평온한 듯 보이는 눈앞의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의사 선생님, 기 선생님의 상처는 잘 아물고 있나요? 나중에 후유증은 생기지 않을까요?” 시중은 기모진의 부상을 걱정하며 의사에게 물었다. 그 의사는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대답했다. “기 선생님의 부상은 오늘 내일 그렇게 빨리 나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시간이 좀 걸려요. 지금으로서는 후유증이 남을지 어떨지 말하기 어려워요.” “그렇구나.” 시중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근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 “의사 선생님, 선생님 의술이야 워낙 뛰어나시니 우리 기 선생님은 잘 나을 거예요. 이렇게 완벽하고 훌륭한 남자인데 어떻게 다리가 불편한 오점을 남길 수 있겠어요.” 자신을 걱정하는 시중의 말을 들으면서 기모진은 아첨하는 그 여자의 말을 얼른 끊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소만리와 고승겸의 결혼식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가 무심코 눈을 들어 올리는 순간 소만리의 큰 눈과 마주쳤다. “소만리 씨.” 기모진의 얇은 입술 사이로 자연스럽게 소만리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시중은 그 말을 듣고 의아한 듯 되뇌었다. “소만리?” 그녀는 호기심에 가득한 표정으로 기모진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고 방문 앞에 서 있는 소만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가씨.” 소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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