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장
소만리는 그제야 왜 방금 자신의 감정이 복받쳤는지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고승겸이 또 최면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고승겸, 당신은 산비아의 귀족으로서 학식도 높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할 수가 있어?”
소만리가 경멸하듯 퍼부었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최면을 걸던 작업이 끊겨 버린 고승겸은 아무런 감정 없는 눈빛으로 남연풍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남연풍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이제 모든 것을 깨닫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가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어떤 행동이 떳떳한 건데?”
고승겸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소만리에게 되물었다.
“그때 기모진이 당신한테 한 짓이 떳떳하다고 할 수 있어?”
“고승겸, 더 이상 나와 내 남편의 과거 일을 꺼내서 내 마음을 어지럽히려고 하지 마. 우리 부부의 일은 당신이 관여할 바가 아니야. 당신 일이나 신경 써.”
“내 일? 그럼 당신에게 물어볼게. 내가 무슨 일을 하건 내 일에 왜 당신들이 신경 쓰는 거야?”
고승겸의 잘생긴 얼굴에 옅은 웃음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그 웃음은 전혀 곱지 않았다.
“고승겸, 무슨 일? 그럼 당신은 뭐하러 내 남편을 찾아간 거야? 괜히 생트집 잡으려는 거잖아?”
“그 얘기를 하고 있었구나.”
고승겸은 갑자기 뭔가를 알아차린 듯한 표정으로 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진작에 경고하며 말했었는데 나한테 뭘 하고 싶은 거냐고 또 묻는 거야?”
고승겸은 천천히 침대 곁으로 걸어가 남연풍의 얼굴에 시선을 바짝 붙이고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난 무고하게 희생된 내 아이를 위해 복수할 거야. 내 아이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을 거라구.”
이 말을 할 때 고승겸의 눈에서 깊은 원한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남연풍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고승겸, 아이는 내가 포기한 거야. 누구와도 상관없는 일이야.”
“상관없다고? 나하고도 상관없는 일이야?”
고승겸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기모진이 당신의 몸에 AXT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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