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장
남연풍은 말을 채 끝맺지도 못하고 멈칫했다.
소만리는 뒤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들었고 잡고 있던 남연풍의 손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았다.
소만리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보았다.
남연풍은 소만리를 잡은 손을 천천히 떼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당신...”
소만리는 남연풍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는 어렴풋이 들었지만 자세히 듣지는 못했다.
갑자기 나타난 고승겸을 보자 소만리는 관자놀이가 쭈뼛 서는 것 같았다.
고승겸은 소만리를 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소만리를 향해 걸어갔다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남연풍의 눈빛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과 당신 남편을 독소에 시달리게 한 장본인을 이렇게 찾아올 만큼 한가해, 소만리?”
고승겸은 비아냥거리며 말했고 그의 말투는 다분히 도발적이었다.
소만리는 시큰둥한 표정을 한 고승겸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고승겸, 나와 내 남편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아?”
“그게 무슨 말이야?”
고승겸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소만리는 당당하게 고승겸의 시선을 마주 보며 말했다.
“남연풍이 한 일은 모두 당신이 시킨 일이었어. 그녀는 항상 당신의 말에 따라서 일을 했다구.”
소만리는 뒤에 있는 남연풍을 바라보며 말했다.
“남연풍은 그저 사랑에 눈이 먼 바보 같은 여자였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한 죄밖에 없어. 당신의 감언이설에 순수한 그녀의 마음이 기만당한 거야.”
소만리의 말에 고승겸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는 소만리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가득한 채 말했다.
“소만리, 남연풍의 모습에서 한때의 자신을 본 거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돌리지 말고 말해.”
소만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고승겸은 소만리를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
“예전에 당신도 사랑에 눈이 멀어 기모진을 사랑하다가 만신창이가 되었고 이후 미련한 여인처럼 결국 그를 용서했지.”
고승겸은 돌이킬 수 없는 그녀의 과거를 언급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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