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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장

남연풍은 더 이상 말할 생각도 없고 해서 몸을 구부려 테이블 위의 홍차와 과자를 들고 초요에게 건넸다. “여기 파티시에가 만든 과자 먹어봐. 십 년 동안 먹어봤는데 맛이 괜찮아.” “...배고프지 않아요.” 초요는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온화한 남연풍의 모습은 정말로 너무나 낯설었다. 그러나 남연풍의 이런 변신도 어떤 면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이십여 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고승겸이 집으로 돌아왔다. 들어오자마자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사람은 남연풍이었다. 그날 결혼식장에서 만났을 때도 남연풍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오늘 또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자 고승겸은 아직도 감기가 낫지 않은 건가 하고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다. 고승겸이 가까이 와서 보니 남연풍이 소파가 아닌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고승겸은 자신이 잘못 봤기를 기대하면서 더 가까이 걸음을 옮겼지만 그가 본 것은 결국 사실이었다. 남연풍은 차갑게 고승겸과 눈을 마주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맑고 깨끗한 그녀의 눈을 보자 고승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만든 것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남연풍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왜 휠체어에 앉아 있지? 그녀의 다리에 문제가 있어 걸을 수 없게 된 건가? 고승겸의 심장 박동이 요동치기 시작했지만 그는 아무런 감정도 얼굴에 나타내지 않았다. 안나는 남연풍이 고승겸에게 이를까 봐 먼저 기선을 제압하듯 활짝 웃으며 고승겸에게 다가가 일부러 남연풍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승겸, 사실 이렇게 급하게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거였어. 남연풍이 요즘 기분이 좀 별로라서 어머니한테 하소연이나 하려고 온 거야. 승겸, 당신 먼저 가서 일 봐. 여기는 나랑 어머니가 있으면 돼.” 고승겸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안나의 존재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안나가 아무리 그의 앞에서 이런 말을 해도 그의 시선은 온통 남연풍에게만 머물러 있었다. “뭐하러 왔어?” 고승겸이 대수롭지 않은 척 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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