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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5장

남연풍은 자신의 눈에 비친 모습이 정녕 진짜인지 아닌지 믿을 수 없었다. 천천히 손을 들어 방문을 살며시 열어젖힌 남연풍의 눈동자에 그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비쳤다. 역시 그녀가 잘못 본 것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어깨너머에 쌓여 있는 하얀 눈이 살며시 녹아내렸고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남연풍은 방문을 살짝 닫고 입을 열려고 했다. 그때 창가에 서 있던 남자가 휙 돌아섰다. 눈이 내리는 저녁, 바깥에서 스며든 빛은 어두웠지만 남연풍의 눈에는 한 줄기 아름다운 빛을 휘감은 남자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감히 이렇게 날 찾아왔다는 것은 이미 성공했다는 뜻인가?” 차갑게 묻는 고승겸은 기다란 다리를 내디디며 책상 앞으로 다가와 손에 들고 있던 액자를 아무렇게나 올려놓았다. 남연풍은 곧장 그에게로 다가와 말했다. “이미 다 처리했어. 기모진은 날 경도 ZF 내부에 자리를 만들어 들여보내 주겠다고 약속했어.” “잘했어.” 고승겸은 그녀를 치켜세웠다. “그런데 당신 동생이 만약 또 해독제를 연구해 낸다면 계획이 틀어질 텐데,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절대 그럴 리 없어! 남사택은 당분간 절대로 해독제를 연구해 내지 못할 거야. 언젠가 연구해 낸다고 해도 우리의 계획은 이미 성공한 뒤일 거야.” “우리의 계획이 아니야.” 고승겸은 바로잡았다. 아무런 감정 없는 고승겸의 시선이 남연풍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남연풍의 쓸쓸한 눈빛을 똑똑히 보았고 왠지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통쾌했다. “방금 기모진과 단둘이 만났어?” 고승겸은 차가운 말투로 물으며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남연풍도 그를 뒤따라왔다. “호텔 앞에서 얘기했어.” “찬바람도 불고 눈도 날리고 낭만적이었겠군. 반년 동안 그와 함께 했던 좋은 시간들, 당신 못 잊었잖아? 그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지만 사실은 그 남자에게 상처를 줘서 당신 마음이 많이 안타깝잖아, 내 말이 맞지?” 고승겸은 이 말을 함과 동시에 침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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