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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4장

창가에 앉아 책자의 내용을 숙지하다 고개를 들어본 소만리는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들어오는 사람마다 명품 의상들과 주얼리로 온몸을 치장하고 있었다. 고승겸의 친지들은 역시 부자에 기품이 있어 보였다. 약혼식 시간이 다가오자 소만리도 슬슬 나가려고 일어섰는데 갑자기 옷방 문이 열렸다. 고승겸이 자신을 부르러 온 줄 알았던 소만리는 도도한 안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안나는 경멸하는 듯한 미소를 내걸고 당당하게 소만리를 향해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드레스를 입은 소만리의 자태를 훑어보고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흥, 소만리. 이 드레스 입었다고 봉황이 되는 그런 꿈은 꾸지 마. 네가 겸이 오빠랑 약혼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결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소만리는 안나와 쓸데없는 말씨름을 하기 성가셔서 담담하게 웃어넘겼다. “무슨 근거로 내가 봉황이 되는 꿈을 꿀 거라 생각해?” “헛.” 안나는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그럼 네가 원래도 봉황쯤 된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너처럼 못생긴 봉황이 어디 있어? 하하하하...” “그만하면 됐어.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난 아무 영향도 받지 않으니까.” 소만리가 그녀의 웃음을 조용히 제압하였다. 안나의 웃음소리가 뚝 그쳤고 소만리는 아름다운 눈을 들어 차가운 눈으로 그런 안나를 바라보았다. “너와 네 엄마는 나더러 항상 내 분수를 알라고 말했었지. 나도 생각을 해봤어. 아무리 생각해도 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 안나는 소만리의 말에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이 못생긴 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설마 이 못생긴 여자에게도 내세울 집안 배경이란 게 있다는 얘긴가? 그럴 리가! 안나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돌아서 보니 이미 소만리는 훌쩍 그 자리를 떠나 있었다. 약혼식 시간이 다가왔고 소만리는 고승겸을 마주쳤다. 그러자 고승겸은 그녀를 데리고 정원으로 나왔다. 하객들이 소만리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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