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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6장

경연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고는 혼자 제멋대로 밖으로 나갔다. 그가 기모진을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경고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경연이 두어 걸음 채 떼지도 않았을 즈음 기모진이 뒤에서 추궁하는 소리가 들렸다. “경연, 내 아내는 어디 있어?” 경연은 잠시 걸음을 멈추어 서서 뒤돌아보았다. 눈처럼 하얀 기모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경연은 스산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소만리는 나의 합법적인 아내야. 당연히 내 집에 있지. 걱정 마. 내 장인 장모가 그녀를 돌봐주고 있으니 잘 지낼 거야.” 장인 장모? 기모진은 경연이 말하는 장인 장모가 모현과 사화정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이 어찌 경연의 장인 장모일 수 있단 말인가. 기모진의 그녀, 소만리는 영원히 그의 아내일 뿐이다. 경연은 기모진의 눈에 비친 노기를 알아차렸고 더욱 통쾌하게 웃었다. “기모진,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나에게 데려다주어서 고마워.” 기모진은 주먹을 불끈 쥐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이를 갈았다. “경연...” “그렇게 있는 힘 없는 힘 끌어내서 말하지 말고 어서 구급차나 불러. 이렇게 가다가는 피를 많이 흘려서 죽을 거야. 내 상대가 이렇게 놀다 가는 거 싫은데 말야.” 경연은 기모진의 말을 끊은 뒤 오만하게 승리의 미소를 만면에 띄우며 만족스러운 듯 돌아섰다. 기모진은 눈앞이 아찔하게 어지러워지기 시작했고 체력도 떨어져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어깨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고 마침내 그의 약지에 있는 결혼반지를 붉게 물들였다. “소만리...” 기모진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눈을 감은 순간 낯익은 모습이 어렴풋이 자신을 향해 달려왔다. “기모진, 정신 차려!” 기모진은 어렴풋이 들리는 이 목소리가 익숙하게 느껴졌지만 그는 이미 생각할 여력이 없어서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기모진이 깨어났을 때 이미 날은 어두워져 있었다. 흐릿하게 보이는 창밖의 하늘이 이미 캄캄한 것으로 보아 늦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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