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8장
소만리는 경연의 차에 탔다.
텅 빈 왼손 약지를 바라보니 그동안 기모진과 헤어지고 만났던 세월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그는 갑자기 먹먹해졌다. 그 세월 동안 기모진은 정말 그녀를 사랑했던 걸까?
아마 사랑했을 것이다.
사랑했으므로 그때 기모진은 다른 모든 것들을 다 제쳐두고 오로지 소만리를 보호했을 것이다.
사랑했으므로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순수한 아이처럼 맑은 미소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기모진, 우리 사이가 도대체 언제부터 잘못 되었을까.
그녀는 말없이 쓰린 가슴을 부여잡았다. 경연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만리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
“결혼식은 간단하게 하고 싶은데 어때요?”
경연은 다정하게 소만리의 의견을 물었다.
경연의 집안은 경도 명문 중 하나였다.
경연이 결혼하면 결혼식은 반드시 화려하고 온 동네 떠나갈 듯 멋지게 치를 것이었다.
소만리는 아마도 자신이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한데다 세 아이까지 데리고 있기 대문에 경연의 부모가 체면이 서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만리는 경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하려고 하는 순간 경연이 입을 열었다.
“이건 내 뜻이에요. 혹시 나중에 당신이 다시 기모진에게 돌아갈지도 모르니 조촐하게 지내는 편이 당신한테도 좋을 것 같아서 그런 거예요.”
소만리는 경연의 말이 너무나 뜻밖이었고 감동스러웠지만 동시에 그녀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경연, 난 당신과 충동적으로 결혼하는 게 아니에요. 기모진과 싸우려고 하는 것도 아니구요. 어쩌면 인연이란 결국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랑 기모진은 돌고 돌아 그렇게 오랜 세월 함께 지냈지만 결국 인연이 맺어지지 않았어요. 아마도 이게 숙명일지도 몰라요.”
소만리의 눈빛이 반짝였고 시선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가 가장 힘들 때 하늘이 당신을 만나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경연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정착하고 싶은 울타리가 되고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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