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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7장

기모진이 입술 사이에서 내뱉은 말에는 강한 불만이 담겨 있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에 예전에 소만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때의 느낌이 묻어 있었다. 소만리는 차갑고 무정한 표정을 한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눈 속에 모든 기대와 희망이 사라져갔다. “걱정 마. 다시는 당신 찾아오지 않을 거야. 당신은 이미 더 이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야. 당신이 강연을 선택한 순간 난 이미 당신을 단념했어.” “그럼 더 좋고.” 기모진은 매혹적인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비꼬는 말투로 이어 말했다. “나도 더 이상 당신 생각에 잠기고 싶지 않아. 지난 몇 년 동안 당신이 나한테 집착하는 게 정말 지긋지긋했거든. 알아?” 지긋지긋해. 알고 보니 소만리가 그에 대해 가지는 애정과 미련에 이미 그는 진절머리가 나 있었던 거다. 이미 그를 체념했던 소만리의 마음이 다시 한번 싸늘히 식어갔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경연의 전화였다. 소만리가 받으니 경연의 부드럽고 나긋한 목소리가 전해왔다. “나 지금 기 씨 그룹 아래층에 도착했는데 얼마나 더 걸려요?” 소만리는 흐트러진 기분을 다시 가다듬고 말했다. “경연, 곧 내려갈게요. 몇 분만 더 기다려 줘요.” “서두를 필요 없어요. 당신을 기다리는 일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지루하지 않아요.” 애정이 듬뿍 담긴 경연의 말이 소만리의 귓가에 파고들었고 동시에 기모진의 귓가에도 들려왔다. 그는 놀라지도 않고 담담한 듯 돌아서서 아무렇지 않은 듯 창밖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니, 정면으로 똑바로 쳐다보려 했지만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자꾸 아래쪽에 있는 정문으로 향했다. 그는 은백색의 승용차가 정문 입구에 서 있는 것을 어렴풋이 보았다. 그것은 경연의 차였다. 기모진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고 실의에 빠져 버렸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소만리가 경고의 말을 던지는 소리를 들었다. “기모진, 강연이 앞으로 좋은 나날을 보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내 부모님의 원한은 하루아침에 갚아지는 것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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