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4장
경연은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가서 메뉴를 내려놓고 소만리를 쫓아갔다.
소만리는 지하주차장의 사람 없는 구석에 섰다. 온몸이 심하게 떨리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아파서 긴장이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경연은 구석에 홀로 서서 묵묵히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 소만리를 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경연은 손을 내밀었다.
“힘들면 내 품에 안겨도 돼요. 아마도 당신이 가장 기대고 싶은 어깨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도피처는 될 수 있을 거예요.”
소만리는 천천히 눈을 들어 눈앞의 부드러운 눈빛을 한 남자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경연은 앞으로 나아가 소만리에게 팔을 구부려 그녀를 품에 안으며 위로했다.
먼 곳에 서 있던 기모진은 이 광경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통증을 느꼈다.
그러나 마음 한 편으로는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인생 최고의 선택이자 유일한 선택임을 너무나 아프고 뼈저리게 일깨워주었다.
소만리는 한참을 울다가 차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차에 앉아 마침내 결심을 하고 기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사월산 해변에서 그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저녁 7시 남자는 제시간에 나타났다.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그 시절 달콤하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은 온데간데없고 쓸쓸함만이 묻어왔다.
“왜 강연이랑 함께 하게 되었는지 묻고 싶은 거지?”
기모진은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의 말투는 다소 서먹서먹하고 냉담하게 들렸다.
소만리는 평온한 표정을 한 남자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모진은 소만리의 눈에서 그녀가 묻고 싶은 것을 읽었다.
그는 웃으며 소만리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살짝 들어 올렸다.
“소만리, 당신은 내가 이 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유일한 여자지만 우리가 이번 생에서 다시 함께 할 기회는 없잖아. 다시 함께 할 수 없어. 당신이 날 용서한대도 그럴 기회는 없어.”
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나니 더욱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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