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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장

서하윤의 눈은 TV 화면을 응시한 채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안 해요.” 왜 용서해야 해? 가여운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이른바 ‘찐 사랑’을 찾아 떠난 무책임한 사람을? 10여 년 동안 아무 소식도 없다가 자식들이 다 자라니 그제야 돌아온다고? 진작에 뭐하고? 아내가 쓰레기 처리장인가? 아내를 대체 뭐로 생각한 거지? 그리고 아이들은? 젊고 좋은 시절은 다 내연녀를 위해 쓰더니 인제 와서 내연녀가 아닌 처자식들에게 자길 책임져 달라고? 강서진은 서하윤의 답변에 전혀 놀라지 않고 마음속으로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자기도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왜 이렇게 환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병원에서 본 사람은 분명 그녀가 생각한 그 사람이 아니다. 그 사람은 절대 TV에서처럼 무책임한 사람일 리 없었다. “엄마는 어때요? 만약 엄마가 TV 속 본처라면 엄마는 상대를 용서할 수 있겠어요?” 이번엔 서하윤이 물었다. 강서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걸 말이라고? 저렇게 무책임한 남자는 보기만 해도 징그러워. 썩 떨어지라고 해.” “하하하! 엄마 말이 맞아요.” 서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강서진은 비록 본성이 선한 사람이지만 그 선함 속에도 날카로운 면이 있었다. 즉, 아무리 선해도 호락호락하게 당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모녀는 드라마를 한 편 더 보았고 드라마가 끝나자 서하윤은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서 나오기 전에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소파에 앉아 있던 강서진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려고 했다. “누구세요?” 이 오래된 아파트는 방음이 잘되지 않아 큰 소리로 물으면 문밖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저예요, 장모님.” 얼핏 들으니 낯선 목소리 같았지만 곧 강서진은 깨달았다. “어머, 우리 사위 왔어?” “네, 저예요.” 문밖에서 차은우가 다시 대답했다. 강서진은 서둘러 지팡이를 짚고 문을 열려고 했다. 이때 서하윤이 급히 화장실에서 나오며 말했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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