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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장

차은우가 임씨 가문과 맞서주면 마사지로 그의 두통을 해소시켜 주겠다던 약속. 그가 출장을 떠난 이틀 간,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터라 까맣게 잊고 있던 그 약속. 지금 생각하니 여간 미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휴대폰을 내려놓은 서하윤은 곧장 침대에서 내려와 차은우의 방으로 향했다. 노크를 하기도 바쁘게 문이 열린다. 이내 머리 하나는 더 큰 차은우가 서하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오늘은 서하윤이 처음으로 차은우의 방문을 두드린 날이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각방을 쓰며 서로 거의 방문한 적 없던 두 사람. 오늘은 그 관례가 깨진 첫 날이다. 그의 방은 차은우라는 사람 그 자체와도 같았다. 힐리우스 전반을 아우르는 차갑고도 딱딱한 느낌의 인테리어까지. “미안해, 바빠서 깜빡했는데 지금 괜찮아?” 묘한 눈빛으로 서하윤을 응시하던 차은우는 괜찮다는 말만을 남긴 채 몸을 한 쪽으로 비낀 뒤, 침대로 걸음을 옮겼다. 이 사람 방에서 하라는 소린가? 잠시 주춤하긴 했으나 이내 생각을 달리 했다. 자신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을 경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제야 서하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발을 들였다. “마침 잘 됐다, 번마다 마사지 끝나고 나면 당신 자더라고. 내가 옆에서 해주다가 끝나면 불 꺼줄게.” 마침 높이가 딱 맞는 의자를 보고 들어 옮기려는 찰나, 차은우가 먼저 나섰다. “내가 할게.” “응, 고마워.” 정작 차은우의 속마음은 복잡미묘하다. 서하윤은 이 방 들어오는 게 정말 아무렇지 않나, 뭐라도 하면 어쩌려고? 저렇게 경계심이라곤 1도 없을 줄이야. 허나 서하윤이 자신에게 별다른 생각이 없을 거라는 걸 깨닫자 차은우의 새까만 눈동자가 삽시간에 더 어두워 졌다. 서하윤은 그런 차은우의 오르락 내리락하는 심경변화를 알 리가 없다. 의자에 앉았을 때가 돼서야 차은우가 오지 않았다는 걸 눈치 채고는 고개를 돌렸다. 땅거미 진 바깥 세상보다도 훨씬 더 어두운 그의 두 눈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은우 씨...... “무슨 문제라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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