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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김 집사는 여사님의 의도를 알아채고 여사님의 분부라면 당연히 들어야 했다. 그러자 빙그레 웃으면 말했다. “사모님, 제가 잘 배워두겠습니다.” 이건— 차은우는 서하윤을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그럼 서하윤 씨 부탁...” 금주 할머니는 그를 한 차례 힐끗 휘둘러 보았다. “하윤아 부탁할게.” 차은우는 서하윤이란 세 글자를 거두었다. 서하윤의 희고 작은 얼굴에는 더 이상 미소를 유지할 수 없었다. 그녀더러 하윤이라고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막상 차은우가 그녀를 하윤이라고 부르니 뭔가 어색함을 느꼈다. -- 임씨 집안에서. 진라희는 병원에서 임수아를 내일 병원으로 내원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전에 저장해놓은 혈액도 부족하다고 했다. “엄마, 설마 언니가 나를 살리기 싫어 건 아니겠지요? 언니는 나를 미워해서 내가 죽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난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아픈 것도 모자라 언니한테도 미움받고 아빠 엄마는 내 양부모가 되고.” 임수아는 진라희를 끌어안으며 울었다. 자기가 키우던 딸이 우는 것을 지켜본 진라희는 마음이 아팠다. “내가 전화할게. 사흘 동안 내버려뒀으니 그 아이 이젠 아마도 잘못을 뉘우쳤을 거야. 잘못한 것에 대해 따지지 않을 것이니 우선 병원에 가서 피를 뽑으라고 해야겠어.” 임수아는 조심스럽게 진라희를 바라보았다. “언니 정말로 병원에 갈까요? 혹시 무슨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까요? 저는 엄마 아빠가 난처한 거 싫어요.” “그 계집애가 지나치게 요구하면 다시는 들어올 생각하지 마! 엊그제 그 양엄마보고 나한테 전화하라고 했는데, 아마 그날 병원에서 나가고 나서 후회했을 거야. 부끄러워서 내가 먼저 입을 여는 거 기다기고 있을 거야.” 진라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서하윤을 자기의 딸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딜 봐서도 궁상맞고 내세울 곳이 없었다. 임수아는 속으로 웃었다. 진라희가 서하윤을 싫어하면 할수록 그녀는 서하윤이 어딜 봐서도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진라희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차씨 본가에서, 서하윤은 김 집사의 ‘감독’ 아래 차은우의 머리를 문지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이렇게 가까이 마주하고 있었다. 차은우는 처음에는 서하윤이 할머니를 속이는 줄 알았고 할머니가 그녀의 속임수에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여자의 부드러운 손길이 정확하게 그의 머리 위 혈 자리에 떨어졌을 때, 마치 마력을 가진 듯 좀처럼 잠들기 힘든 그가 슬슬 잠이 오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 집사는 처음에는 정말로 배우고 싶어 했다. 아무래도 어르신께서 당부한 것이었고, 그러나 반나절이나 보고도 그녀의 모든 수법의 변화는 혈 자리의 변화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이해했으나, 서하윤 씨가 혈 자리의 위치에 대해 일일이 가르쳐줬지만 자기는 하나도 기억할 수 없었다! 그만하자, 어차피 어르신께서도 정말로 배우게 하려는 게 아니었다. 휴대폰 벨소리가 갑자기 때아니게 울렸다. 김 집사는 옆에 테이블 위에 놓인 서하윤의 휴대폰을 보았다. “사모님의 휴대폰이에요.” 마침, 마지막 혈 자리를 마친 서하윤은 다가가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제 전화 받을 줄 아네? 잘못한 거 이제 알았지? 엊그저께 일은 그냥 지나가고 철이 없으면 나중에 내가 천천히 가르칠게. 지금 당장 돌아오고, 내일 아침 우리랑 병원으로 가자.” 진라희의 말투는 여전히 도도했다. 서하윤은 소파 위에 깊게 잠들지 않은 차은우를 보고 휴대폰을 들고 나갔다. 서하윤이 떠나자마자 소파에서 잠든 차은우는 눈을 떴다. 차가운 시선은 문 쪽을 향했다. 어렴풋이 서하윤의 휴대폰에서 훈계의 말이 새여나온 것을 들었다. 임씨 집안 사람들이 서하윤에게 이렇게 못되게 굴었어? 진라희는 전화가 끊기지 않았는데도 서하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심술궂은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언제 벙어리 됐어? 대답해!” “내가 돌아가서 계속 임수아의 혈액 창고 노릇하라고?” 서하윤이 물었다. 휴대폰 속 서하윤의 뜨뜻미지근한 목소리를 듣고 진라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은근히 느낌이 안 좋았다. “무슨 혈액 창고? 수아는 네 동생이야, 그냥 헌혈만 하라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듣기 싫게 해? 지금 돌아와. 방 바꿔 줄게. 이번에는 수아랑 비슷한 크기의 방으로 바꿔 줄게.” 서하윤은 웃었다. 웃음소리는 휴대폰 너머로 전해져 진라희에게 서하윤이 목적에 도달해서 기뻐지고 있다는 착각을 주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인내심 없이 이어 말했다. “내일 병원 가고 나서 네 아빠랑 회사로 출근해. 네 아빠가 회사에서 너한테 사무직 하나 마련했어.” “말 다 하셨어요? 진 여사님?” 서하윤은 비꼬는 웃음을 거두었다. “나 뭐라고 불렀어? 난 네 엄마야, 나를 진 여사라고 불렸어?” 진라희는 기가 막혔다. “당신처럼 엄마 노릇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모르는 사람은 제가 당신의 원수인 줄 하겠어요.” 서하윤은 냉소했다. 전생에 그녀는 별장 안의 제일 작은 방으로 배치되어 있었고, 열흘 보름이 지나도 진라희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고 만났더라도 그녀가 마비되었다는 이유로 그녀를 싫어했다. 이렇게 좋은 엄마는 임수아한테 남겨서 천천히 모성애를 즐기라고 하자. “저 지금 뭐라 했어! 서하윤 너 다른 사람한테 뭔 말을 들어서 감히 엄마한테 이렇게 말하는 거야? 너 지금 쓰고 있는 돈도 우리가 준 거야. 너 카드도 아빠가 정지시켰으니, 돈 없고 지낼 곳도 없는 것을 원치 않으면 지금 당장 들어와서 잘못 했다고 해!” 진라희는 자기가 잘못 들었는가 했다. 서하윤은 진작에 휴대폰을 멀리 두고 진라희가 외친 뒤에야 전화를 귓가에 갖다 댔다. “당신과 임진택 씨 나이도 많지 않아서 치매가 올 정도는 아닌데, 제가 당신들 임씨 집안에 오고 나서 단 한 푼도 당신들의 돈을 쓴 적이 없어. 임진택 씨보고 카드 기록을 조사하라고 해보세요. 당신들 평소에 임수아 데리고 병원을 갔는데도 병원에서 ct 찍고 뇌 검사를 할 생각이 없었나 봐요?” 서하윤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는 본가 저택에 포도밭이 있다는 것을 알고 포도밭으로 향했다. 한편 진라희는 전화가 끊겨버리고 나서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돈 한 푼도 안 섰다고? 그럴 리가! 시골 출신이라 거짓말도 잘한다. 그들의 돈을 쓰지 않으면 졸업하고 출근도 안 했는데 어떻게 그들의 돈을 쓰지 않았다고 할 수 있어! “서하윤이 뭐라고 했나? 엄마가 많이 화난 것 같은데.” 임수아는 눈치를 잘 본다. 흥, 서하윤 뭘 내세워서 자기랑 비교해? 나중에 자기는 자칫하면 차은우의 여자친구가 될 수 있고, 그때 가서 서하윤은 더더욱 자기를 우러러봐야 한다. 진라희는 화가 치밀어 휴대폰을 소파에 내던졌다. “돌아오려고 하지 않고 감히 나한테 대들고 우리 돈 쓴 적이 없다고 하고, 도대체 강서진이 어떻게 가르친 거야? 그 아이한테 눈 뜨고 거짓말 하고 감사의 마음도 모르게 말이야!” 임수아는 묘한 눈빛을 반짝이었다. 그녀는 서하윤이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민준이 서하윤은 고등학교 때 방학에 아르바이트했었고 대학 다닐 때고 시간이 나면 전부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저축했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언니한테 아빠가 준 카드가 있는데 왜 그렇게 순진하게 거짓말을 하면 들키지 않는다고 여길까요? 후, 엄마 제발 언니한테 화내지 마세요.” 진라희는 임수아의 말을 듣고 더욱 화가 났다. “정말 말도 안 돼!” -- 본가 저택의 포도밭에서. 서하윤은 진라희와의 전화를 끊고 도우미들을 따라 포도밭에 가서 포도 몇 송이를 땄다. 그러고 나서 딸기도 따러 갔다. 그녀가 쪼그리고 앉아 딸기를 따고 있는데 차은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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