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8장

며칠 동안 차은우가 세명시에서 큰 폭풍을 예고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차우진은 자연스럽게 서하윤이 떠올랐다. 서하윤이라는 여자는 정말 이상하게도 잊히지 않는 존재였다. 서하윤을 본 후로는 다른 여자들이 모두 밋밋해 보였다. 아마도 손에 넣지 못한 것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법이라서일 것이다. 더욱이 그 매력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간질거리게 만들었다. 차우진이 무언가 더 말을 꺼내려고 할 때, 서하윤은 단호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의 귀에는 “뚜뚜”하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빌어먹을! 그녀가 자발적으로 날 찾아와 내 침대에 오더라도, 내가 받아줄지 말지 고민해 볼 거야!” —— 최한영은 기숙사 방에서 노트북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머릿속이 텅 비어 있고, 뭘 생각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옆에 있던 룸메이트는 평소와 다른 그녀의 모습을 눈치챘다. 평소의 최한영은 굉장히 활발한 사람이었다. 특히 강하늘과의 연애로 매일 행복해 보였는데, 지금처럼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은 거의 없었다. “한영아,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파?” 최한영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어? 아니야,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어.” “생각? 혹시 강하늘 생각하는 거야? 요즘 하늘이가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해서 상사병이라도 걸린 거야? 네가 요 며칠 걔 친척이 왔다고 도우러 갔다면서? 겨우 며칠 못 봤는데 벌써 그리운 거야?” 룸메이트가 장난치듯 말했다. 최한영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친구 한 명이 문제가 생겨서 그 일로 좀 생각이 많았어.” 룸메이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하지만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평소에 최한영의 가정환경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어본 적은 없었지만, 몇 년간 함께 지내면서 대충 느낄 수 있었다. 최한영의 집안은 분명 보통 가정과는 달라 보였다. 그렇지만 최한영은 전혀 거리를 두지 않았고, 항상 친구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며 소탈하게 지냈다. 최한영은 노트북을 닫고 침대에 누워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