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8장

문예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예전에 당신과 관련된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무슨 용건으로 절 찾아왔나요?” 추미은은 문예리를 위아래로 찬찬히 살폈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역시 바이올린 아티스트였다. 그녀에게는 다른 여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차가운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녀의 한 번의 시선만으로도 두 사람 사이에는 큰 간격이 생기는 듯했다. 그 앞에서 자신은 한없이 평범하고 세속적인 사람처럼 보일 뿐이었다. “"제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다면, 저와 차은우가 지난 3년 동안 어떤 관계였는지도 짐작하겠죠. 저 역시 그쪽이 과거에 차은우의 약혼녀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렇죠?” 추미은은 문예리를 향했던 평가의 시선을 거두었다. 비록 마음속으로 두 사람을 여러 번 비교해 보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문예리가 자신만큼이나 불쌍하다고 느꼈다. 똑같이 차은우에게 버림받은 입장이었다. 다만 그녀는 문예리가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문예리는 단순히 버림받은 것뿐만 아니라, 속임까지 당했다. 차은우는 서하윤과 몰래 엮여 있으면서도 문예리를 속이고 있었고, 문예리는 아직도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문예리는 눈을 반쯤 감으며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빨리하세요. 저 시간 많지 않아요.” 문예리의 여전히 고고한 태도에, 추미은은 살짝 입꼬리를 비틀었다. 이렇게 참을성이 없다니? 차은우와 함께할 때도 이렇게 인내심이 부족했을까? 어쩐지 차은우가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하더니, 서하윤이라는 여자는 딱 봐도 수완 있는 사람 같아. 아마도 남자를 부드럽게 다뤘겠지. “그럼 차은우가 몰래 여자를 두고 있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게다가 그 여자를 집으로 데려갔다는 사실도요.” 추미은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예리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역시 늘 인터뷰를 받아온 사람답게, 그녀는 그 말을 듣고도 전혀 표정 변화가 없었다. 혹은 대가족 출신이라 이런 남자가 은밀히 여자를 둔다는 얘기쯤은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