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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장

“걔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쓰레기가 된 것 같은 거야. 근데 송주희가 한 짓을 알고 보니 걔는 내가 생각했던 단순한 애가 아니었더라고. 내 앞에서 항상 순진무구하고 나약한 모습만 보였어. 의지할 부모도 없이 혼자 이 외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그런 나약한 모습 말이야... 근데... 알고 보니 학교 다닐 땐 애들 괴롭히고 혼자만 쏙 빠져나갔더라고. 대학 다닐 땐 남자들의 감정을 제대로 갖고 놀았다네? 네 아버지한테 당한 것도 널 얻기 위해 결국 자기까지 팔아버린 거였어. 내가 이 모든 걸 다 알게 되었는데도 오히려 나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거 있지? 왜 자기를 믿지 않냐고, 왜 자길 의심하고 상처 주냐고 그러는데... 와, 사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다 들더라.” 강재민은 마음속의 생각을 차은우 앞에서 털어놓았다. 진실을 알고 나니 강재민은 자기가 멍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는 완전한 멍청이 말이다. “진작에 알고 내 마음을 접었어야 했어. 그런데 나한테 찾아온 송주희를 보며 난 몇 년 동안 송주희를 좋아했던 내 마음에 보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야. 근데 알고 보니 날 이용한 거였어.” 말을 끝낸 강재민은 또 술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강재민의 말을 다 들은 후, 차은우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소파에 앉아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 그 말에 강재민은 고개를 들고 차은우를 향해 말했다. “그래, 안 늦었지. 근데 내가 왜 송주희한테 이렇게 당해야 하는 거야?” “너한테 당한 여자들도 많아.” 차은우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방금까지도 슬픈 표정을 지었던 강재민은 잠시 안색이 어색해지더니 곧 시선을 돌렸다. “난 송주희랑 달라. 나 때문에 울었던 여자들은 워낙 내가 바람둥이인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송주희에게 난 진심이었어.” 비참한 현재 상황에 강재민은 체면이 다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차인 몇 명의 여자들이 울고불고했을 때, 강재민은 그저 귀찮다는 생각만 들었다. 감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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