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장
다음날 소만리는 과일과 외할아버지가 즐겨 드시는 간식을 사서 정신병원에 갔다.
그녀는 곧장 외할아버지가 계신 병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병실 안의 환자는 외할아버지가 아니었다. 소만리는 즉시 데스크로 가서 물었다. 소만리가 자신이 시윤 할아버지 가족이라고 말하자 간호사가 미묘하게 쳐다보며 퉁명하게 말했다. “시윤 할아버지 외손녀예요? 외손녀라면서 할아버지 돌아가신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가는데 왜 이제 오셨어요? 장례식장으로 가보세요, 할아버지 유골 그곳에 있어요."
"툭." 소만리는 들고 있던 과일 바구니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소만리는 넋이 나간 공허한 눈에서 순간 따가운 아픔이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마음이 죽고 마비되어 다시는 아픔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숨이 턱턱 막히는 고통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외할아버지가 3년 전에 돌아가셨다. 소만리는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했다.
소만리는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가 외할아버지의 유골과 유품을 전달받았다.
겨울 밤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소만리는 비바람에 무릎을 꿇고 외할아버지의 유골함을 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녀의 마음속 상처와 아쉬움은 메울 수 없이 슬펐다.
예선은 달려와 소만리를 안아주며 위로했다.
“울지 마 만리야, 모두 다 지나갈 거야.”
예선의 도움으로 소만리는 할아버지에게 묘소를 마련해 드렸다.
제사를 지내고 정신병원으로 돌아와 외할아버지 사망 이유를 묻자 간호사는 얼렁뚱땅 대답했다.
“나이 들어서 돌아가신 거예요"
나이 들어서? 소만리는 감옥에 들어가기 전 외할아버지를 만나 뵈었다. 그때 할아버지의 정신 상태는 멀쩡하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것이 뭔가 이상했다. 소만리는 의심이 들었지만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 어떤 의문도 제기할 수 없었다.
소만리는 외할아버지의 유품에서 나비 모양의 작은 옥 목걸이를 발견했다. 목걸이에는 소만리의 본명 ‘천리’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소만리는 이 목걸이는 외할아버지가 외손녀에게 주는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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