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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9장

아기는 누군가가 자신을 안는 것을 느낀 듯 크고 동그란 눈을 번쩍 떴다. 어린 아기를 안고 있던 남자는 이를 보고 어리둥절했지만 곧 이 순진무구한 눈동자에 마음속까지 부드럽고 따스해졌다. “꼬물이라고 했지?” 기모진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고 배를 가리키며 이 귀여운 얼굴을 부드럽게 만졌다. 아기가 기모진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작은 입을 헤벌쭉 벌리고 소리 없이 웃었다. 아기의 웃는 얼굴을 보고 기모진이 목젖을 움찔거리며 주체할 수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날 소만리가 그의 눈앞에서 고통스럽게 조산하던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 아프고 괴롭게 떠올랐다. 그녀는 그렇게 힘겹고 아픈 몸을 버텨내며 끈질긴 의지로 온몸을 불살라 겨우 7개월 남짓한 미숙아를 낳았다. 그때 그녀는 땀으로 온몸이 적셔져 안색이 눈처럼 창백했다. 그리고 그가 손을 내밀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를 ‘모진’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는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마지막 순간에야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아기가 한 달 가까이 인큐베이터에 더 있은 후에야 정상 아기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기모진의 가슴은 더욱 미어져왔다. “꼬물아, 미안해. 아빠는 좋은 아빠가 아냐.” 기모진은 아기의 얼굴에 머리를 숙이고 가볍게 뽀뽀했다. 이 뽀뽀는 깊은 미안함과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애틋함이 담겨 있었다. 어린 녀석은 수정구슬 같은 눈동자를 깜박거리며 기모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무의식적으로 해맑게 웃으며 하얗고 통통한 작은 발로 기모진의 몸을 걷어찼다. “정말 귀여워. 역시 내 아들다워.” 기모진은 뿌듯한 듯 말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그는 소만리에게 들킬까 봐 걱정되었다. 지금 그녀는 자기 부모님을 죽인 살인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기모진은 그녀에게 더 이상 가슴 찢어지는 어떤 고통도 주고 싶지 않아서 아기를 내려놓고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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