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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1장

기모진은 강연이 흥분해서 하는 말을 듣고 순간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기쁜 소식. 소만리가 실명한 것이 강연에겐 기쁜 소식이었던 것이다. 지난 3개월 남짓 기억을 잃은 날들을 떠올렸다. 그가 강연에게 세뇌 당해 거짓으로 주입된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고 그의 눈동자는 서릿빛 같은 차가움으로 뒤덮였다. 강연은 기모진의 심상치 않은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즐거운 얼굴로 웃었다. “흥. 내가 아직 제대로 손도 못 써 봤는데 눈이 멀었대. 하하하하… 이번엔 제대로 병문안을 가야겠어! 하하하!” 기모진은 차가운 눈으로 흘겨보았다. “소만리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강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담배에 불을 붙여 피우며 말했다. “글쎄...” “강연 언니, 기회가 왔어요.” 양이응이 흥분해서 기사를 보고 강연에게 보고했다. “기 씨 그룹 52주년 기념일이 곧 다가온대요. 소만리는 지금 기 씨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니까 그때 틀림없이 참석할 거예요!” 강연은 이 말을 듣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생각한 끝에 그녀는 혀끝을 내밀어 입술을 한번 쓱 훑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웃다가 몸을 돌려 기모진에게 다가가서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좌한, 소만리가 이번에 완전히 무너질지 어떨지는 당신한테 달렸어.” 기모진은 눈을 감았다가 곧 살기와 분노를 내뿜으며 담담하게 물었다. “무슨 계획이 있어?” “간단해.” 강연은 담배를 피워 물으며 말했다. “기념일에 당신이 기모진인 것처럼 연회장에 나타나서는 사람들 앞에서 지조 없이 여러 남자와 체통 없는 행동을 한 소만리와 이혼한다고 선언하고 모두에게 알리면 되는 거야. 그럼 나 강연은 당신의 마음속 유일한 여인이 되는 거지.” 강연의 말이 끝나자 양이응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강연 언니, 그렇게 해요. 소만리가 장님이 되어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는 꼴 보고 싶어요. 소만리가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질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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