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9장
소만리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바로 그를 밀쳤다.
“좌한 씨가 또 무슨 소란을 피우려고 여기 온 거예요?”
소만리는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눈이 멀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좋은 구경거리 하나 보러 온 거예요? 당신 여자 강연은 내 문 앞에 서서 날 비웃고 있고?”
그녀는 보이지 않아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털끝만큼도 두려워하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웃으며 되물었다.
“강연, 잘 들어. 내가 눈이 멀어도 네가 날 괴롭히게 놔두지 않을 거야. 그 동안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알아? 반드시 그 두 배로 네가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게 만들 거야.”
허약해 보여도 이렇게 강인한 소만리를 보며 기모진은 마음속의 아픔을 억누르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소만리, 나 생각났어.”
그는 입을 열어 부드럽고 자상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의 목소리가 소만리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모든 사물과 시간은 지금 이 순간 정지 화면처럼 멈춰진 느낌이었다.
소만리는 어리둥절해하다가 곧이어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를 들었다.
“소만리, 나 다 생각났어.”
촉촉하고 맑게 뜬 소만리의 시선은 눈물로 얼룩져 흐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소만리는 크게 웃었다.
“그래요? 드디어 생각났구나...”
소만리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가. 우리는 이미 되돌아갈 수 없어. 다시 만난다면 오직 원수로 만날 뿐이야.”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기모진은 성큼성큼 소만리 앞으로 와서 그녀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었다.
“소만리, 소만리. 정말 미안해.”
그는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소만리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설령 당신이 1년, 2년, 10년을 이러고 있는다 해도 난 평생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
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고 온몸을 떨고 있었다.
기모진은 소만리의 차갑고 떨리는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소만리, 내가 당신을 돌봐줄게.”
“내가 평생을 장님으로 산다고 해도 너 같은 매정한 인간의 보살핌 따위 필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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