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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장

기모진은 도망치던 발걸음을 뚝 멈추었고, 그는 소만리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그의 심장은 점점 더 긴장됐지만, 애써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약간 옆으로 돌렸다. "군군을 데리고 가. 가서 당신이 상상했던 삶을 살아. 이 찌질한 남자에게 떨어져 있으면 행복할 거야." 소만리가 그의 뒤로 다가가자 그녀의 눈가에 흘러 넘친 반짝임이 가을바람에 말랐다. 침착하게 움직이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라고요? 기모진,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아세요?" 라고 말했다. 기모진은 흐릿하게 예쁜 눈을 내리깔고 웃으며 "적어도, 나에게 얽매이지 않는 삶이 당신이 원하는 삶이겠지.” 말이 끝나자 몇 초간 공기가 조용해졌고, 기모진은 가볍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이미 이혼증을 발급받은 이상 나도 내려 놓을게. 당신과 나, 어떤 관계라도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고, 더 이상 방해도 하지 않을 거야." 그는 아픔을 참으며 마지못해 얼굴을 돌린 뒤 소만리에게 등을 돌렸다. "미스 모, 저도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시길 바라며 영원히 함께 하시길 바래요." 미스 모. 그는 그녀를 이렇게 불렀다. 이렇게 낯설고 서먹서먹했다. 그는 화단을 돌아 모든 과거를 놓아버린 듯 자유롭고 편안한 뒷모습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집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한때 편집증적으로 통제 불능 상태로 그녀를 꼭 껴안고, 그녀의 옆얼굴에 키스하며 그녀의 귓가에 사랑하다고 속삭였으며 일기에 적었던 말은 그의 눈에 여전히 생생했다. 그러나 이 순간 그는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점점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소만리의 마음속에는 말없는 슬픔이 솟아올랐다. "기 선생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단지 당신의 눈이 실명된 것이 그 화재와 관련이 있는지 묻고 싶었습니다."라며 그녀는 무심한 미소를 지었다. "미스 모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네. 내 눈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기모진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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