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3장
번쩍이는 하얀 칼이 그의 심장을 눌렀다.
기모진은 짙은 속눈썹을 내리며 힐끗 쳐다보며, 입가에 매력적인 미소가 번지고, 가볍게 웃으며 눈을 들어올렸다.
눈앞에 소만리의 가을물결처럼 아름다운 눈매는 강인하고 과감하며 카리스마로 넘쳤다.
그녀는 겁을 주는 게 아니라, 진지했다.
하지만 그 역시 진지했다.
“천리.”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날카로운 칼끝이 그의 흰 셔츠의 옷감에 살짝 찍혔다.
소만리는 기모진이 적극적으로 칼끝에 다가갈 줄은 예상하지 못한 채 약간 놀랐다.
그때도 그는 오히려 그녀에게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천리, 난 지금 당신이 예전의 일을 잊었다는 걸 알아. 그렇지만 괜찮아, 내가 기억해.”
그는 깊게 응시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해 눈이 많이 왔었어. 나는 비인간적으로 당신 외할아버지의 무덤을 파고 당신의 잘못을 인정시키기 위해 유골로 협박을 했어. 그때 당신은 이를 악물고 피를 흘리면서도 두려움 없이 내게 '기모진, 오늘 날 죽이지 않으면, 내가 반드시 당신을 죽일 거예요.’라고 말했어.”
그는 소만리가 그때 했던 말을 되풀이하니 창밖에는 석양이 따스하게 내리쬐는데, 그의 마음속에는 하얗게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것 같이 싸늘하게 느껴졌다.
소만리는 기모진이 하는 말을 듣고 자신이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때 자신이 얼마나 그를 원망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과도를 잡은 그녀의 손에 갈수록 힘이 실리며, 그녀의 눈에는 미움이 가득했다.
기모진은 그녀의 눈에 비친 강한 증오를 포착하고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과도를 들고 있는 소만 리의 손을 잡았다, 가볍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말했다.
"천리, 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뭘 해도 당신은 나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당신 말이 맞아요! 기모진, 난 당신이 무슨 짓을 하던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소만리의 말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기모진의 눈에 비친 희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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