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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장

소만리가 침대에서 내려와 급히 씻고 기모진을 찾고 있을때, 베란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녀는 남자의 미끈하고 곧은 몸이 조용히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뒷태가 좀 가늘어 보였다. 그의 긴 손가락 사이로 담배꽁초가 끼어 있었다. 담배꽁초 불빛이 번쩍이며 새벽의 옅은 빛 아래서 외로워 보였다. 발자국 소리를 들은 듯, 기모진은 몸을 돌려 마주보고 걸어오는 소만리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좀 더 자지 그래요?” “충분히 자고 일어났어요.” 소만리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기모진은 어제 옷을 입은 것 같다. “당신 밤새 안 잤어요?” 입꼬리를 살짝 내밀며, 밤빛처럼 그윽한 듯한 그의 눈망울이 소만리의 희고 단아한 얼굴을 감싸고 있다. “3년동안 밤마다 잠을 거의 못 잤어.” 이런 대답을 들은 소만리의 눈빛이 반짝였다. 기모진은 담배 꽁초를 비벼 끄고서 그녀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몸에서 나는 특유의 차가운 향의 담배 냄새가 서서히 그녀를 감쌌다. “미랍, 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보상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지 않겠어요? 소만리는 이를 듣고 어젯밤 일을 떠올렸다. 그 간호사의 말이 그에게 과거를 상기시켰다. 늘 믿어왔던 그 흉악한 여자가 은밀히 그런 짓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애초에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고 느끼는 걸까? 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손을 들어 기모진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모진, 왜 그래요? 갑자기 이런 질문을 왜 해요?” 기모진은 홀연히 그의 얼굴에 멈춘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차가웠고, 손바닥의 온기가 그녀의 손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당신은 나를 떠나지 않을 거지?” “이유도 없이 제가 어떻게 당신을 떠날수 있겠어요?” 소만리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어제 잠을 못자서 힘들죠? 가서 좀 쉬어요, 오전에 우리 법원에 가야해요, 소만영의 사건이 오늘 개정돼요.” 소만리는 자신의 손을 빼며 돌아섰다. 손바닥 안의 온기가 떨어지면서, 남아있던 온기도 사라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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