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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장

”고승겸, 당신이 졌어.” 이 말이 고승겸의 고막을 울렸다. 지금껏 소만리의 목소리는 분명 듣기 좋았는데 지금 고승겸에게는 그 목소리가 매우 귀에 거슬리고 쓰라렸다. 그의 눈동자에 갑자기 한 줄기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소만리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고승겸, 생각지도 못했지? 내 최면이 다시 풀릴 거라곤.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최면계의 대가라고 불렀고 스스로도 뛰어난 최면술을 가졌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당신도 이 정도에 지나지 않아.” 소만리는 약간 비꼬는 듯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도 당신이 왕실 계승권 자리를 놓고 경쟁하느라 최면 능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어.” “...” 소만리의 말에 고승겸은 눈썹도 까딱하지 않았다. 잠시 동안 그는 소만리가 한 말을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오래 침묵하지는 않았다. 고승겸은 낮은 소리로 웃기 시작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만리, 당신 아직도 나한테 화났지? 여기 이렇게 하객들도 많고 할아버지도 계시니 쓸데없는 소란 피우지 마.” 고승겸은 비위를 맞추는 듯한 눈빛으로 소만리가 방금 한 말을 거두어 주기를 암시했지만 소만리는 고승겸의 눈빛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무시했다. “고승겸, 더 이상 누구를 우롱할 생각하지 마. 비록 당신은 총명하고 능력도 뛰어나지만 당신 같은 사람을 산비아 차기 군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산비아 시민들의 슬픔이야.” 소만리는 인정사정없이 고승겸에게 일침을 가했다. 고승겸은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객들이 수군수군거리며 귓속말로 속삭이기 시작했고 그 말이 고승겸의 귀에 그대로 미끄러져 들어와 그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지금 가장 기쁜 사람은 고승근의 엄마였다. 지금의 이런 상황은 고승겸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갔고 이는 곧 고승근에게 상당히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엄마로서 당연히 기뻐할 일이었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고승겸의 할아버지는 잠자코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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