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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장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녀와 이렇게 앉아 있으니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비를 맞은 탓인지 남연풍은 감기몸살 증세를 보였다. 그녀는 임신 중이라 감기약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그는 의사를 불러들여 갖은 치료 방법을 써 보았다. 밤이 늦어서야 겨우 남연풍의 증세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한밤중에 남연풍은 잠꼬대를 하며 고승겸의 이름을 불렀다. 고승겸은 줄곧 그녀의 침대 곁을 지키며 한 발자국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남연풍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고승겸은 조그마한 스탠드를 켰다. 남연풍의 잠든 얼굴에 부드러운 온기가 돌자 고승겸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상처 난 그녀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그때 당신이 날 떠나지 않고 혼자 내버려 두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왜 내가 당신을 미워하게 만든 거야?” “남연풍, 왜 당신과 나 사이를 이렇게 힘들게 했어?” 고승겸은 남연풍이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 중얼거렸다. ... 마찬가지로 기모진도 밤새 소만리의 침대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남연풍이 늦어도 8시간 안에는 소만리가 깨어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렸다. 기모진은 그 시간 동안 해독제가 혹시라도 소만리에게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까 봐 옆에서 깨어 있었다. 날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소만리는 슬슬 깨어날 기미를 보였다. 기모진은 순간 마음이 뜨거워졌다. “소만리.” 그는 소만리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소만리의 이름을 불렀다. “소만리, 당신 깨어났어? 내 말 들려? 소만리?” 소만리는 눈꺼풀을 움직이다가 한참 만에 천천히 눈을 겨우 떴다. 창가에서 새어 나온 새벽녘 희미한 빛이 눈을 부시게 한 탓인지 그녀는 눈을 찡그렸다. “소만리?” 기모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갔다. “소만리, 일어났어?” 기모진은 지친 듯한 소만리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그녀가 입을 열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모진.” 소만리가 힘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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