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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장

남연풍은 차가 들어서는 것을 보자 다가가 입을 열려고 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곁눈질로 보니 기모진의 훤칠한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남연풍의 절망적인 눈에 가냘픈 빛이 번졌다. 그녀는 휠체어의 각도를 조절하여 천천히 기모진을 향했다. 기모진은 우산을 쓰고 굳은 얼굴에 차가운 빛을 가득 뿜어내며 곧장 남연풍에게 다가왔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물었다. “정말 AXT69 해독제를 주려고 온 거야?” 남연풍은 기모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비를 너무 맞은 탓인지 남사택과 초요의 죽음 탓인지 온몸이 으스러질 것 같았다. 그래도 그녀는 안간힘을 쓰며 손에 쥐고 있던 해독제를 기모진에게 건넸다. “그동안 완전한 해독제를 만들 수 없었던 것은 고승겸만이 가지고 있던 그 성분 하나 때문이었어.” 해독제를 든 남연풍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떨리는 자신의 손을 보자 남연풍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점점 떠올랐고 이윽고 그녀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신의 몸에도 AXT69 독소가 들어 있었다. 지금 이 느낌은 분명 네 번째 단계의 발작 증상인 것이다. 기모진은 남연풍의 떨리는 손에 쥐어진 해독제를 보며 한 가닥 의문이 생겼다. “내가 무슨 근거로 당신을 믿을 수 있겠어?” 그는 점점 안색이 나빠지는 남연풍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남연풍은 기모진이 자신을 의심하는 것에는 개의치 않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생각하면 기모진의 그런 태도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차가운 공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며 심호흡을 했다. 지금 그녀는 밀려오는 통증을 억지로 참아내고 있었다. “날 믿지 않아도 돼. 당신은 남사택만 믿으면 돼.” 남연풍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소만리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 그럼 빨리 이거 가지고 가서 주사를 놓아줘. 늦어도 8시간이면 깨어날 거야. 어서 받아.” 남연풍은 해독제를 어서 받으라고 기모진에게 재촉했지만 기모진은 여전히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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