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0장
”이렇게 다시 만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기묵비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아무런 생기도 없는 얼굴에 미소가 번지자 그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 보였다.
“진짜 항소 안 하실 거예요?”
기모진이 빙빙 돌리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항소할 기회가 있잖아요. 좋은 변호사를 찾아 항소하면 적어도 사형은 면할 수 있어요.”
“필요 없어.”
기묵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난 그 오랜 세월 동안 집착하며 살았어. 결국 헛된 집착이었지. 오랫동안 한 소녀를 그리워했지만 결국 그 소녀를 지옥에 떨어뜨리고 말았...”
그는 말을 하다가 잠시 말을 멈추었고 미간에는 끝없는 회한과 후회로 물들었다.
“이쯤에서 끝내자.”
“할아버지는 아직도 숙부님이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고 계세요.”
기모진의 말에 기묵비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래도 이 세상에 약간은 미련이 남은 듯한 표정이었다.
초요의 일만 해도 그랬다.
아무리 다 내려놓았다 해도 마음에 남아있는 미련의 찌꺼기는 기묵비도 어쩔 수 없었다.
“네 할아버지에겐 죄송하다고 말씀드려 줘. 난 더 이상 기 씨 집안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인물이야.”
기묵비의 눈시울이 살며시 붉어졌다.
“숙부님에겐 아직 기회가 있어요. 원하신다면.”
기모진은 비록 기묵비가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만 속죄하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설득했다.
기묵비는 이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가 이윽고 거절했다.
“모진아, 소만리. 앞으로 시간이 나면 초요를 더 많이 만나주길 바래. 남사택을 제외하고는 그녀 곁에 함께할 사람이 없어.”
“어떻게 없어요?”
소만리가 갑자기 되물었다.
“초요한테는 두 아이가 있어요.”
소만리의 말을 듣자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했던 기묵비의 얼굴에 일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두 아이는...”
“당신 아이예요.”
소만리는 망설임 없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묵비는 마음속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확실한 대답을 들으니 충격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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