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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장

남사택은 고승겸이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기모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개심만으로도 고승겸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선생님,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왜 우리 집에 무단으로 들어오는 거죠?” 남사택은 예의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물었다. 고승겸은 소맷자락을 살살 매만지다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신사처럼 나긋나긋하게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전 여기 제 아내를 데리러 왔어요. 조금 전에 제 아내가 여기 들어가는 걸 봤거든요. 아마도 지금 초요라고 하는 분과 함께 있는 것 같은데요.” 고승겸의 말을 듣고 남사택은 낯빛이 변하였고 기모진의 눈에는 이미 한기가 몰아치고 있었다. “고승겸, 당신 소만리의 몸에 위치추적기를 달았어?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당신이 소만리가 여기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있어?” 고승겸은 눈을 치켜뜨고 분노에 사로잡힌 기모진의 눈을 마주 보았다. 고승겸의 눈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어두운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영문도 없이 내 아내를 끌고 가는 일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거야. 내 아내 소만리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 고승겸의 대답은 스스로 자신이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기모진은 차가운 눈빛을 번쩍이며 얇은 입술 사이로 서늘한 기운과 함께 이 세 글자를 토해냈다. “고승겸.” “왜?” 고승겸은 짐짓 여유로워 보이는 태도로 남사택을 바라보았다. “만약 당신이 초요에게서 내 아내를 데려올 수 없다면 내가 지금 직접 올라가서 내 아내를 데려올 거예요.” “...” 남사택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고승겸은 남사택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계단을 올라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기모진은 지금 초요가 소만리에게 걸려 있는 최면을 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절대 고승겸이 올라가서 그 일을 방해하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최면술이 아니더라도 기모진은 고승겸이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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