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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장

고승겸은 책상 앞에 한가롭게 앉아 침대에 누워 있는 소만리를 가만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의 길고 가는 손가락은 녹음기용 펜을 만지작거렸다. 스위치를 켜자 펜에서 녹음된 소리가 반복되어 흘러왔다. “모진, 나 벌써 집에 왔어. 내 핸드폰 배터리가 거의 없어. 그럼 이따 봐.”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은 고승겸은 녹음펜을 옆으로 던졌다. 책상에 있던 심리학과 관련된 책을 꺼내 들어 막 펼치려는데 곁눈으로 침대에 누워 있던 소만리가 조금씩 깨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책을 덮은 그는 매끄러운 손끝으로 최면술에 관한 책을 만지다가 침대 곁으로 걸어갔다. “소만리.” 그는 다정하게 소만리를 불렀다. 눈살을 찌푸리던 소만리는 눈을 뜨고 싶었지만 뭔가 깊은 꿈에 시달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소만리, 당신의 눈앞에 거대한 수정구가 있다고 상상해 봐. 이제 수정구가 당신을 원래의 당신의 세계로 안내해 줄 거야. 지금 눈을 떠 봐.” 분명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던 소만리는 고승겸의 말에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의 주위 환경을 바라보며 소만리는 눈을 깜빡이며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옆에서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에서 깼어?” 소만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올려다보았고 눈웃음을 지으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몇 번을 쳐다보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고승겸이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고 소만리도 그의 손길을 거역하지 않았다. “승겸, 내가 왜 잠들었지? 지금 몇 시야?” 소만리가 자신을 부르는 ‘승겸'이라는 말에 고승겸은 조용히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말했다. “응. 당신 방금 피곤해서 한숨 푹 잤어.” 소만리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오랫동안 꿈을 꾼 것 같아. 꿈속에서 어떤 남자가 계속 내 이름을 불렀어.” 고승겸은 손을 들어 소만리의 머리를 살짝 어루만졌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꿈일 뿐이야. 우선 세수부터 해. 우리 엄마가 당신 보고 싶어 하셔.” “그래.” 소만리가 대답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고승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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