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4장
그동안의 모든 걱정과 불쾌했던 기억들을 단숨에 삼키려는 듯 소만리가 와인잔을 들어 입을 대려고 하는 순간 기모진이 불쑥 입을 열었다.
“소만리, 우리 둘이 이렇게 앉아서 저녁 만찬을 즐기는 거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
기모진의 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맑고 깨끗한 눈이 반짝였고 기모진의 두 눈과 마주쳤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소만리는 속으로 혼자 감탄해 마지않았다.
그러다가 곰곰이 기모진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그동안 그와 양이응은 이런 둘만의 식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인가?
소만리는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지어졌고 와인잔을 들어 기모진을 향했다.
비록 소만리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기모진은 그녀가 하려는 말을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그도 와인잔을 들어 소만리의 잔에 가볍게 부딪혔고 소만리가 보조개를 움푹 드러내며 미소 짓자 기모진도 덩달아 미소 지었다.
창밖에는 별들이 그들만의 세상을 향해 속삭이고 있는 낭만적인 밤, 이 순간 소만리의 눈에는 기모진만 보였다.
그는 그녀만의 별빛이었다.
그녀가 어둠에 갇혀 막막하고 고독했을 때 한줄기 따뜻한 빛이 되어 그녀가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준 단 한 사람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만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기모진이 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깍지 낀 그의 손가락에서 전해져 오는 온기가 소만리를 더욱 기쁘게 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 조금 더 오래 영원을 향해 달려가길 바랄 뿐이었다.
기모진도 그녀의 이런 마음을 아는 듯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대신 소만리를 데리고 천천히 인도를 따라 걸어갔다.
별빛을 벗 삼아 걸으니 마치 두 사람은 연애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서로 손을 맞잡고 두 사람만의 달콤한 시간을 즐겼다.
소만리는 딱히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 침묵도 사랑의 한 언어였다.
꽃 가게를 지나던 기모진은 가게에 들어가 분홍색과 하늘색이 조화로운 안개꽃 한 다발을 사 와서 소만리의 손에 쥐여 주었다.
“여온이가 제일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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