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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5장

소만리는 순간 뭔가 깨달았다. 왜냐하면 자신의 왼손 약지에 있던 반지를 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기모진이 넋을 잃은 표정으로 이 반지를 쳐다보고는 더욱 힘을 주어 소만리의 손바닥을 쥐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온기가 피부를 뚫고 들어와 혈관을 따라 온몸에 스며들어 심장을 송두리째 펄떡이게 만들었다. “당신이 왜 이 반지를 끼고 있지?” 그가 소만리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처음 기모진의 집에 지원하러 왔을 때부터 소만리는 언젠가 기모진에게 이런 상황을 보이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녀는 아주 침착한 태도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끼워준 반지예요. 왜 그러세요?” “그럴 리가 없어.” 기모진은 부정하며 말을 이었다. “이런 모양의 반지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어. 두 개가 있을 수 없다고.” 기모진은 고운 입술을 움직이며 미동도 하지 않는 까만 소만리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모진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빵빵!” 뒤에서 다그치듯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려오자 소만리는 뒤를 돌아보며 단호하게 기모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기 사장님,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나중에 뵐게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단호하게 문을 열고 길가에서 내린 소만리는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역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차 뒤에서 경적 소리가 계속 들려왔지만 기모진은 소만리가 떠나는 방향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텅 빈 오른손을 코끝에 대고 살짝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직도 가슴이 뛰는 향기가 그의 손에서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소만리 몸에서 나던 냄새. 소만리 냄새야.” 그는 잠자코 중얼거리다가 다시 눈을 들어보았다. 그러나 이미 소만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만리는 지하철역 입구 기둥 뒤에 숨어 있다가 기모진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기둥 뒤에서 나왔다. 그녀는 기모진이 자신의 정체에 대해 의심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외모와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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