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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5장

기모진 옆을 따라 걷던 여자도 덩달아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모진, 왜 그래? 뭘 보고 있는 거야?” 소만리는 이 여자의 목소리가 예전 자신의 목소리와 거의 똑같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다만 그 가식적인 어조는 그녀가 여태껏 가져보지 못한 것이었다. 기모진은 순간 옆에 있는 여자의 존재를 잊은 듯 넋을 잃고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기모진은 자신의 심장박동과 호흡이 갑자기 리듬을 탄 듯 빨라지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 뭔가 자신의 기운이 단번에 훅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 것이다. 이 세상에 소만리의 눈과 똑같은 눈을 가진 여자가 있을 수 있을까? 기모진은 마음속으로 이런 의심이 피어올랐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겨 빗속에 서 있는 소만리를 향해 조용히 걸어갔다. 장미꽃을 들고 기뻐하던 여자는 기모진이 우산을 쓰고 마스크와 스카프로 얼굴을 꽁꽁 싸맨 여자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얼굴에 짜증스러운 기색이 나타났다. 기모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자는 불쾌한 듯 입을 삐죽거리며 따라갔다. 소만리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모진을 보며 심장 박동이 미친 듯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토록 오매불망 그리던 남자가 지금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데 그녀는 왠지 움츠러들어 뒷걸음질을 칠 생각을 했다. 소만리는 기모진이 자신을 알아보기를 갈망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가 알아볼까 봐 두려웠다. 이렇게 조마조마하고 모순된 심정을 안고 있는 소만리를 향해 기모진은 이미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평생 가장 의지하고 싶었던 남자였고 이 남자 앞에서는 투박한 그녀의 강인한 갑옷을 벗고 마냥 보호받고 사랑받고 싶었다. 소만리는 이미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기대에 찬 눈으로 기모진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모...” “모진, 이 여자 누구야? 당신 아는 사람이야?” 소만리가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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