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9장
메시지의 내용을 보고 기모진은 뒤돌아보며 다시 소만리를 보았다.
그녀의 잠을 방해할까 봐 그는 가볍게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기모진이 슬리퍼를 신고 가려는 순간 갑자기 소만리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모진은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괜히 마음이 켕기는 듯 돌아섰고 소만리가 잠꼬대하는 것을 보고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죄의식은 지울 수 없었다.
소만리.
미안해.
내가 일을 다 처리하면 돌아와서 당신과 계속 함께 있을게.
기모진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살금살금 스위트룸을 빠져나갔다.
호텔 테라스.
무도회가 끝난 이 시각, 텅 빈 고요함만이 공허함을 채웠다.
기모진이 들어가자 바 옆에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렌지빛 조명 아래 여인은 거나하게 취한 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보랏빛 물결이 일렁이듯 긴 그녀의 머리는 매끄러운 어깨선을 타고 등 쪽으로 늘어져 있었고 볼륨감 있는 몸매는 불빛 아래에서 더욱 요염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기모진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곧장 그녀 뒤로 가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셜리,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
셜리라는 이름의 여자는 술을 마시려고 잔을 들다가 기모진의 목소리를 듣고 술잔을 내려놓았다.
풍성한 웨이브 머리를 살짝 쓸어 넘기며 그녀는 천천히 기모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불빛이 얼큰히 취한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그녀의 모습은 더욱 농염하고 여성스러워 보였다.
그녀는 바닥에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한 걸음 한 걸음 기모진 앞으로 다가와 손을 들어 기모진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기모진은 얼른 그녀의 손을 피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이게 쓸데없는 짓이야?”
여인은 붉은 입술을 들썩이며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모진, 당신 잊은 것 같은데. 그 반년 동안 당신과 나 사이에 이런 ‘쓸데없는'일이 있었지. 그것도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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