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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5장

시중이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경연의 가슴이 초조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소만리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양이응의 손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침실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가 막 침실 문 앞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꽃병 하나가 ‘펑'하고 그의 발 옆에 날아왔다. 꽃병이 깨지며 파편이 그의 얼굴 쪽으로 튀어 올랐지만 그는 조금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꽃병 조각을 그대로 밟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소만리는 창가에 서 있었고 시중이 가져온 음식들은 모두 바닥에 엎질러져 있었다. 소만리의 발치에는 피가 방울방울 떨어져 있었고 그녀의 둥근 손끝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고 여름 햇빛 아래 마치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조각처럼 서 있었다. “나가.” 경연은 두 시중에게 명령했다. 그는 입술 사이로 차가운 기운을 뿜으며 말을 뱉었다. 온화하고 점잖은 얼굴과는 딴판이었다. 시중은 감히 앞서지 못하고 허둥지둥 그 방에서 나갔다. 양이응도 경연을 따라 올라왔지만 방 안의 상황을 제대로 살피기도 전에 시중드는 사람들이 허겁지겁 달려 나와 문을 닫았다. “안에 무슨 일 있어요? 그 소만리라는 여자가 무슨 짓을 했어요?” 양이응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러나 시중들은 양이응을 힐끗 쳐다보고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문 앞의 꽃병 파편을 치웠다. 양이응은 이를 갈며 닫힌 방문을 불만스러운 듯 노려보았다. 방금 경연이 제시한 요구를 생각하니 그녀는 다시 가슴이 섬찟 떨려왔지만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더니 점차 그녀의 얼굴에도 음흉한 웃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방 안. 경연은 천천히 소만리 곁으로 걸어갔다. 유리 파편에 베인 채 피를 흘리고 있는 그녀의 손가락을 보며 경연이 손을 뻗었지만 소만리는 단호하게 그녀의 손을 거두었다. “건드리지 마.”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의 기세가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그윽하던 경연의 눈빛이 차가워졌고 그는 다시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목을 잡았다. 소만리는 몸을 피하면서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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