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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조경선이 남궁진의 손을 뿌리치며 그의 제지에서 벗어나자, 손목에는 붉은 멍이 생겼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죽일 기세로 사내를 쳐다보았다. “민들레는 열을 내리고 해독작용이 있어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됩니다. 영이의 상처가 너무 심각하니 약을 쓰지 않으면 낫는 게 느릴 거예요. 이런 상식도 모르십니까?” 그러자 남궁진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진왕부에 의원이 있으니, 그대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오.” 능숙하게 붕대를 감은 뒤, 조경선은 영이를 남궁진의 품에 안겼다. “제가 신경 쓰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십니까? 원비가 입으로는 영이를 아낀다면서 붕대를 어설프게 감았으니 이러는 거죠.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영이가 감염되길 바라는 줄로 알겠습니다.” 비꼬는 투로 말을 마치고 조경선이 아무 미련도 없이 자리를 뜨자,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남궁진은 왠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호위무사들이 하 상궁을 끌어내어 채찍질하기 시작한 것을 본 선원주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비록 하 상궁이 잘못한 것이 맞으나 오랫동안 소첩을 모셔 왔기에 마음이 아픕니다.” “그대 곁에 시중드는 이가 부족해졌으니, 내가 아랫것들에게 명해 괜찮은 시녀를 골라 붙이도록 하겠소. 하니 너무 슬퍼하지 마시오.” 선원주는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난처한 표정으로 남궁진을 바라보았다. “전하, 소첩은 첩에 불과한데, 시녀가 왕비 마마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는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니, 왕비 마마께도 시녀 몇 명을 붙여 주시는 게 어떨는지요?” 그녀의 말에 남궁진의 얼굴에는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왕비는 왜 자꾸 신경 쓰는 거요?” “그리하지 않으시겠다면, 소첩도 시녀를 두지 않겠습니다.” “그대는 너무 착해서 탈이오. 원비의 뜻대로 하면 되지 않소.” 선원주는 알겠다는 듯 눈을 내리깔았지만, 그녀의 눈 밑에는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석조각으로 돌아온 조경선은 홍난을 내보내고 혼자 방에 있었다. 그녀는 양반다리를 하고 눈을 감은 채 주문을 외우며 몇 가지 약재 이름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소매 안에 무언가가 생긴 듯한 느낌이 들어서 꺼내 보니 그녀가 필요했던 약재들이 나왔다. 기쁜 마음이 들었으나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며 피를 토해냈다. 끊임없는 기침까지 이어지자, 조경선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몸뚱이는 어쩌면 이리도 허약한지.’ 무의는 병을 치료할 때 뛰어난 의술뿐만 아니라 영적인 힘으로 약재를 소환해야 해서 일반 의원보다 더 희귀한 존재였다.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은 세상에 드물었기에, 여북에 있을 때 황제의 총애를 받았던 것이었다. ‘비록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영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나 원기를 너무 많이 소모하여 당분간은 몸조리에 힘써야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그녀는 홍난을 불러들였다. “앞으로는 요리할 때 고기를 좀 넣으라고 해라. 채소만 먹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 그러자 홍난은 약간 의아했다. “전에는 날씬한 체형을 유지해야만 전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서 고기 요리를 일절 안 드시지 않았습니까. 한데 갑자기 이러시는 연유가?” 홍난의 말에 조경선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 몸뚱이 주인의 한결같은 마음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구나. 왜 하필 이런 쓰레기 같은 사내를 사랑해서 이렇게까지 몸을 망쳤는지.’ “이제 체형은 중요치 않고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말을 들은 홍난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마마께서 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네.’ 홍난은 아랫것들에게 식재료를 준비하라 말하려고 부엌으로 재빨리 달려갔지만, 부엌에 도착했을 때, 진왕부의 관사인 우향과 마주쳤다. 전에 우향에게서 많은 구박을 받았던지라 홍난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우향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게 섰거라! 홍난아, 어딜 그리 급히 가는 것이냐?” “우 관사님.” 홍난은 그녀에게 예를 표했다. “마마께서 최근 입맛이 좋아지셨는지 고기 요리를 드시고 싶어 하십니다. 해서 오늘 저녁부터 요리를 바꿔 달라고 당부하러 왔습니다.” 우향의 눈에는 조경선이 여전히 머리가 나쁜 멍청이로 돼 보였다. ‘비록 조경선이 정실부인이라고는 하나 첩실인 원비와 비교도 할 수 없지. 선원주야말로 전하의 마음을 독차지한 여인이자 진왕부의 진정한 여주인이야.’ 그녀는 홍난을 흘겨보며 말했다. “마마께 전해라. 최근 진왕부의 지출이 많아 전하께서 사치를 금지하셨다고. 매일 공급되는 고기는 정해져 있으니 조정하기 어렵구나.” 홍난이 다급하게 말했다. “마마께서는 곤장을 맞아 몸이 성치 않습니다. 보양이 필요하니 눈감아주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매끼에 고기 요리 하나만 추가해 주시면 되는데.” “안 된다고 했는데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어서 썩 꺼지지 못할까!” 그때 옆에 있던 한 요리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관사님, 차라리 이리하는 게 어떨는지요? 홍난 아씨께서 우리를 도와 이 물고기를 손질한다면 저녁에 고기를 조금 나눠주시지요. 그리 해야 마마께도 설명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우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 않구나. 홍난은 어찌 생각하느냐?” 홍난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리하겠습니다. 어떤 물고기인가요?” 요리사와 우향은 서로를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한 허드렛일을 하는 아낙네가 선원주에게 뇌물로 바치려고 준비한 몸 전체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있는 가시고기였다. 살코기가 맛있어서 밖에서는 구할 수 없는 보양식이지만 손에 가시가 박힐까 봐 부엌 하녀들은 손질하기를 꺼렸다. 그래서 요리사가 우향에게 하소연하려고 할 때 마침 나타난 홍난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가시가 많은 물고기를 본 적이 없는지라 홍난은 더럭 겁이 났다. 우향이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뭣 하느냐? 마마께 고기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면서. 이리 사소한 부탁도 들어주지 않는데 내가 왜 네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단 말이냐?” “이… 이걸 어찌 손질하면 됩니까?” “작은 칼로 바깥쪽 가시를 하나씩 제거하되 물고기가 죽으면 안 된다. 이걸 가져온 사람이 말하길 죽은 고기로 요리하면 효과가 떨어지니 반드시 살아있는 상태에서 끓는 물에 넣고 요리해야 몸보신이 된다더라.” 물론 홍난은 어리석지 않아 요리사의 속셈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가시를 제거하려면 물고기가 몸부림칠 테니 손으로 꼭 잡아야 해. 하지만 그리한다면 손에 가시가 박힐 것인데…’ 조경선을 위해 홍난은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은 채 손질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물고기를 손에 쥐자마자 물고기는 펄떡거리며 그녀의 손가락을 찔렀다. 가시가 돋친 자리에 붉은 반점이 생겨났지만, 홍난은 아픔을 참으며 계속 손질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바닥이 상처로 뒤덮여 피투성이가 되었다. 통증 때문에 홍난은 눈물을 머금은 채 심하게 손을 떨었다. ‘비록 한 지아비를 모시고 있으나 전하의 사랑을 받지 못한 탓에 왕비 마마는 진수성찬을 마음껏 즐기는 원비 마마와는 달리 하인들의 홀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참으로 불공평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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