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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조경선은 담담히 설명했다. “송 대감, 연향 부녀는 나와 아무런 원한도 없소. 내가 그들을 해칠 이유가 무엇이겠소? 만약 정말 해칠 마음이 있었다면 애초에 정성을 다해 진맥을 보지도 않았을 것이며, 더더욱 집사에게 연향의 매매 문서를 불태우게 하고 부친을 봉양할 수 있도록 은전을 쥐여 주지도 않았을 것이오.” 송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마께서 선행을 베풀고자 하셨다 하더라도 침술이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감히 묻겠습니다만, 마마께서는 어디서 의술을 익히셨습니까?” 조경선은 곁에 서 있는 남궁진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기에 그에게 변호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진왕비였다.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진왕부 또한 무사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녀는 남궁진이 자신을 일부러 곤경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난 어려서부터 의술에 흥미를 느껴 의서를 탐독해 왔으며, 진왕부에 들어온 후로는 강헌 의원을 스승으로 모시고 의술을 익혔소. 대감께서 원한다면 강 의원을 불러 직접 물어봐도 좋소.” 남궁진은 눈으로 그녀에게 조용히 경고를 보냈으나 결국 사람을 시켜 강헌을 불러오게 했다. 송현은 강헌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돌아가신 명의 강년의 외아들로, 의술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또한 관아에서 검시를 도와 몇 건의 까다로운 독살 사건을 해결한 적도 있었다. 강헌이 도착하자 송현은 공손히 물었다. “왕비께서 강 의원을 스승으로 모셨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강헌은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했다. “왕비께서는 진왕부에 시집오신 이후 저를 따라 의술을 배워 오셨으며, 한순간도 게을리한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천성이 영민하여 드물게 보는 훌륭한 제자입니다.” “그렇다면 의원께서 보시기에 왕비께서 잘못된 혈자리를 찌를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강헌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없습니다.” 송현이 입을 열려던 순간, 문밖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 의원의 몇 마디만으로 진왕비가 사람을 죽인 무능한 의원이 아니라는 것을 단정할 수 있겠소?” 조경선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또 누구란 말인가? 그녀가 고개를 들자 그 목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는 이미 마흔을 넘긴 듯했으나 기품 있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매서운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매와 같았으며 허리에 두른 옥대를 보니 은실로 상서로운 구름 무늬가 수놓아져 있었다. 이는 황족만이 착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곧이어 남궁진이 공손히 예를 갖추며 말했다. “황숙을 뵙습니다.” 그는 바로 명친왕, 현 황제의 친동생이었다! 조경선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이 일이 왜 하필 명친왕까지 끌어들이게 된 걸까. “황숙께 문안드립니다.” 그녀도 예를 올렸으나 돌아온 것은 명친왕의 날카로운 시선뿐이었다. “진왕비, 내가 듣기로는 네가 의술이 미숙하여 사람을 죽였다고 하더군. 이로 인해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하던데, 죄를 인정하느냐?” 조경선은 조용히 답했다. “전 모든 진료를 정당한 방식으로 행했으며 과오를 범한 바 없습니다. 또한, 송 대감이 지적한 사혈 손상은 분명 누군가가 본궁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 것입니다. 황숙께서 공정히 조사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명친왕은 그녀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네가 강헌에게 의술을 배웠다 한들, 그것만으로 네가 진맥을 할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느냐? 강헌은 진왕부의 가신이다. 당연히 너를 감싸려 할 것이다. 혹여 일부러 변호하는 것은 아닌지 어찌 알겠느냐.” 그는 연향을 향해 물었다. “네 부친 곁에 진왕비 외에 다른 이가 접근한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그럼 혹시 원한을 살 만한 적이라도 있느냐?” 연향은 몸을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소인은 평범한 백성일 뿐, 누구에게도 감히 원한을 살 만한 처지가 못 됩니다.” 명친왕은 냉소를 지으며 남궁진을 바라보았다. “진왕, 얼마 전 폐하께서 권세가들의 횡포에 크게 진노하셨다. 네가 황자의 신분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터인데, 혹여 사사로운 정에 치우쳐 불공정한 판결을 내리려 하는 것은 아니겠지?” 조경선은 눈을 내리깔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 일의 배후에 도대체 누가 있는 것인가? 누군가 자신을 철저히 파멸시키려는 듯했다. 남궁진은 조경선을 깊이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로군. 현재 진왕비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이상, 내가 직접 대종정원으로 데려가 조사할 것이다.” 조경선의 눈꺼풀이 가볍게 떨렸다. 대종정원은 황족의 죄를 심문하는 곳으로, 명친왕이 직접 관할하는 기관이었다. 그곳에 일단 들어가면 무사히 나오는 것은 어려운 일. 비록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 해도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남궁진이 잠시 망설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황숙, 비록 왕비가 가장 큰 혐의를 받고 있다 해도 어리석은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손으로 치료한 환자가 죽게 되면 가장 먼저 의심받을 것이 분명한데,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할 리가 없습니다.” 명친왕은 비웃음을 머금었다. “네가 잊은 게 아닌지 모르겠구나. 진왕비는 이미 수많은 경솔한 행동을 저질렀다. 보통 사람이 하지 못할 짓도 서슴지 않고 했지. 너 역시 진왕비에게 당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쉽게 잊었단 말이냐?” 그 말은 곧, 조경선이 워낙 어리석어 스스로 화를 불러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었다. 조경선은 깊이 미간을 좁히며 그의 말에 맞장구쳤다. “황숙께서도 아시다시피, 소첩이 앞서 경솔하게 행동한 탓에 누구에게 원한을 샀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 노인을 치료한 일은 비밀이 아니었으니 진왕부와 조씨 가문의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을 터. 어쩌면 그중 누군가가 이 일을 퍼뜨려 이를 이용해 저를 모함하려는 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명친왕은 가벼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뒷일은 내가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규례에 따라야 하니, 네가 가기 싫다 해도 대종정원에 가야 한다. 여봐라, 진왕비를 모셔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경선의 양옆으로 호위 무사 둘이 다가와 그녀를 에워쌌다. 명친왕은 황명의 위임을 받아 종친들을 단속하는 자리였다. 설령 남궁진이라 할지라도 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왕비.” 그녀가 끌려가려는 순간, 남궁진이 문득 입을 열었다. 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했으면 했다 하고, 하지 않았으면 아니라고 말하면 되오. 황숙께서는 시비를 가릴 줄 아는 분이시오. 그대가 결백하다면 반드시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실 것이오.” 조경선은 그의 말뜻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는 혹독한 심문이 있더라도 절대 죄를 인정하지 말라고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남궁진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만일 누명을 쓰고 유죄로 판결이 난다면, 그것은 곧 진왕부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사실을. 곧이어 일행은 조경선을 끌고 떠났다. 그들이 떠나자 송현 역시 오래 머물기 두려워 남궁진을 난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전하, 이 사건이 이미 대종정원으로 이관되었으니 이제부터는 경도부의 관할이 아닙니다. 신은 곧 연향을 데려가겠습니다.” 남궁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바닥에 엎드려 있는 연향을 내려다보며 낮게 명했다. “잠깐, 연향은 남겨두고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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