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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장 말을 전하다

외래진료실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수술 중이 아닌 입원 병동의 모든 의료진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가인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그녀 혼자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뛰쳐나간 게 아니었다. 조영민과 새로 들어온 장우진은 현재 정승진이 데리고 있는 전공의들이었다. 둘 다 정승진이 다쳤다는 소식에 곧바로 달려왔다. 장우진은 아침 식사를 하던 도중에 소식을 접하고 만두를 손에 든 채 달려왔다. 둘이 도착했을 때 정승진은 이미 수술실로 옮겨졌다. 조영민과 장우진은 바로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이가인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입원 병동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벌써 오늘 일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었다. “들으니까 예약 문제 때문에 싸움이 났다고 하더라. 한 남자가 아내 진료 예약이 계속 안 잡히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봤나 봐. 브로커한테서 번호표를 산 거 아니냐고, 근데 아무도 대답 안 하니까 간호사 데스크에 가서 소란을 피운 거지.” “그때 교수님께서 마침 상황을 보러 나왔어. 그리고 그 남자가 교수님한테 자기 아내 좀 봐달라고 부탁했고 교수님도 봐주기로 했어. 대신 예약한 사람들을 다 보고 난 뒤에 봐주겠다고 한거야. 근데 그 와중에 누가 옆에서 이거 가스라이팅 아니냐며 한마디 했더니 그 말에 바로 열 받은 거야.” “외래진료실에서 들었더니 그 남자가 갑자기 표정이 바뀌더니 아무 말도 안 하고 그 사람한테 바로 달려들었대. 뭐가 뭔지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칼을 꺼내 들었다더라. 교수님이 빠르게 손으로 막지 않았으면 지금 칼이 그 사람 목에 꽂혔을지도 몰라.” 옆에 있던 간호사가 놀라 소리쳤다. “헉? 그렇게까지 심각해요?” “응. 당시 외래진료실에 있던 환자들이랑 의료진들 모두 겁에 질려서 아무도 못 나섰대. 근데 교수님 혼자 그 남자를 막아섰고 피가 복도에 줄줄 흘렀대.” 모두가 똑같이 심각한 표정이었다. 미간을 찌푸린 채 안타까움과 분노가 섞인 얼굴이었다. “어떻게 칼을 들고 병원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교수님 진짜 너무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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