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장 심리전의 묘미란 바로 이런 것
정승진은 겉으로는 점잖은 척하지만 사실 속은 뒤엉킨 위선자일 뿐이라고 이가인은 생각했다.
정승진이 주차장에서 전민우의 차를 일부러 막아 세운 일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는 화가 치밀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창문을 내린 정승진은 판을 짜며 연기력을 발휘했다.
그 모든 짓은 결국 전민우의 외모가 어떤지 궁금해서였을 뿐이다.
전민우가 외모에서 정승진에게 밀리는 건 사실이었다. 고현우조차 키가 정승진보다 한참 작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를 더 짜증 나게 하는 건 전민우라는 사람 자체였다.
최근 전민우와 지내보며 이가인은 그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그가 할머니 연세가 많으셔서 계단이 너무 많은 주택이 아닌 엘리베이터 있는 집으로 이사해 드리겠다고 한 말에 그녀는 더욱 호감이 갔다.
이가인은 심지어 전민우와 결혼하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 요즘 세상에 정상적인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으니 이렇게 좋은 사람 만나면 그냥 결혼해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연진의 한마디에 그녀는 단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민우의 행동은 효심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그저 돈 냄새를 맡았을 뿐.
역시 이 세상에서 허세 부리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는 남자를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음 날, 이가인은 병원으로 출근했다.
여기는 혜임 병원처럼 크지 않았다. 정형외과는 손바닥만 한 공간이었다.
그 좁은 복도에서 이가인은 정승진과 마주쳤다.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이가인은 어쩔 수 없이 인사를 건넸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정승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곧장 지나갔다.
순간 이가인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결혼은 올해 안에 하겠다고 그녀가 정승진에게 말했던 건 그녀 자신이었다.
그가 그런 그녀를 무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며칠 동안 두 사람은 매일 병원에서 마주쳤다.
사람들이 있으면 인사를 했고 아무도 없을 때는 그를 못 본 척했다.
정승진은 더 심했다. 사람 있건 없건 이가인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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