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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저 기억 안 나요?

정승진은 자지 않았다. 염혜원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부탁해 그를 만나려고 했고 그는 전화를 받은 뒤 상대에게 말했다. “난 여자 친구 있어. 자꾸 이렇게 염혜원 대신 말 전하면 앞으로는 너랑도 연락 안 할 줄 알아.” 다음 날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정승진은 이가인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절대 사직하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이가인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아직 7시가 되지 않았고 비 심야 근무인 간호사들은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심야 근무였던 간호사들은 밤새워 일하느라 다들 제정신은 아니었다. 정승진을 본 그들은 정승진에게 인사를 건네며 어제 그가 준비해 준 유리안 배달 음식을 잘 먹었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정승진은 괴로워도 애써 미소 지어야 했다. 누군가 물었다. “수간호사님이랑은 따로 오신 건가요?” 정승진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 “제가 볼일이 있어서 일찍 왔어요.” 7시 50분, 정승진은 사무실에서 나와 핑계를 대며 복도를 맴돌았다. 8시 5분이 되어서도 이가인은 보이지 않았다. 이가인은 항상 일찍 도착했고 지각한 적이 없었다. 정승진이 안내데스크로 향해서 물었다. “수간호사님 보셨어요?” 간호사가 대답했다. “수간호사님 오늘 휴가 내셨어요.” 정승진은 마음이 아렸고 옆에 있던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가인이 휴가 낸 걸 정승진이 모르다니. 정승진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눈치챌까 봐 서둘러 몸을 돌렸다. 그는 다른 수간호사에게 물어서야 이가인이 휴가를 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얘기하지 않았고 휴가 기간이 무려 2주라고 했다. 정승진은 이가인에게 연락했지만 이가인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차단당한 상태였다. 그는 정형외과 사무실 전화로 이가인에게 연락했는데 이가인은 아예 휴대전화를 꺼놓고 있었다. 정승진은 오전 9시에 수술이 잡혀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못해서 안색이 눈에 띄게 안 좋았다. 결국 그는 임시로 수술 집도의 변경 신청을 했고 흰 가운을 벗은 뒤 병원에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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