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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장 안쓰러운 마음

이가인은 정승진의 직설적인 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승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 말했다. “더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물어봐. 너한테는 다 얘기할 수 있어.” 하지만 이가인은 더는 아무것도 물을 용기가 없었다. 무슨 말이든 정승진은 늘 그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대답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니 말이다. 좁은 공간 속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정승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인아...” 정승진의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가인은 몸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게 그의 수작인 걸 잘 알고 있었다. 이가인은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켜. 집에 갈 거야.” 정승진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도,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가인 역시 함부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릴 때마다, 정승진의 펑퍼짐한 바지 사이를 뚫고 나올 듯 높이 격앙된 그의 분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가인은 애써 그를 외면한 채 다시 한번 재촉하듯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비켜.” 사실 정승진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을 뿐인데 말이다. 이가인도 그런 정승진의 뜨거운 시선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정승진이 여기서 함부로 할까 봐 겁이 나기도 했고, 또 그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 봐 겁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정승진이 입을 열었다. “나가게 할 테니까 화내지 마. 내일도 나 피해 다니면 안 돼.” 정승진의 말을 들은 이가인은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정승진은 오히려 나쁘지 않다는 듯 계속 말했다. “싫으면 말고. 그럼 그냥 여기 있어. 나는 여기서 너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으니까.” 이가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하듯 말했다. “비켜.” “이제 화 풀린 거지?” “응.” “내일 나 피하면 안 돼. 모레도, 글피도, 앞으로 다시는 나 피하지 마.” “응!” 이가인은 귀찮다는 듯 대답했지만, 대답하고 나니 뭔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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