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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장 진심이야

병실에는 다시 이가인과 정승진 둘만 남았다. 이가인은 홍예지가 떠난 쪽을 한참이나 더 바라보았다. 고개를 다시 돌리지 않는 건 정승진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이다. 그때 정승진이 먼저 말을 걸었다. “내가 책 잡힐 짓을 할 것 같아?” 이가인은 그제야 얼굴을 돌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헛소리는 해도 되고?” “내가 무슨 헛소리를 해? 여자친구 찾으러 왔다고 했지 너 찾으러 왔다고는 안 했잖아.” “날 방금 네 여자친구라고 소개해놓고?” “그건 내가 그렇게 소개 안 하면 예지 씨가 나 좋아한다고 오해할 거잖아. 일부러 여자를 곁에 둬서 널 화나게 만들려 한다고 생각할 거잖아.” 이가인은 정확히 간파한 그의 말에 움찔했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네가 여자를 곁에 두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나는 너 달래려고 온 거지 널 화나게 하려고 온 게 아니야. 내가 머리에 총 맞은 것도 아니고 이 상황에 네 앞에서 여자랑 시시덕거릴 것 같아?” 이가인은 엄혜원을 떠올리며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말은 잘하지. 전적도 있는 주제에.’ 정승진은 이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 듯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가 좋은 놈은 아닌 건 맞지만 너랑 엄혜원은 달라. 난 멍청한 짓을 반복하지 않아.” 이가인은 정승진의 입에서 엄혜원의 이름이 들리자 갑자기 짜증이 밀려와 얼굴을 무섭게 굳혔다. “나랑 누구를 비교하지도 말고 선택할 상황이 와도 날 선택하지 마.” 정승진은 심장이 욱신거리고 입이 바짝 말라왔다. “엄혜원이랑 다시 잘해볼 생각 같은 거 없어. 그러니까 애초에 선택할 일이 없겠지. 여자친구 될 사람의 집안 배경이나 학력을 안 본다는 건 진심이야. 고작 그런 것 따위에 흔들려 엄혜원을 만난 건 아니니까. 하지만 겉모습은 봐. 나도 눈이 달린 사람인데 겉모습에 끌리지 않을 수가 없잖아.” 정승진은 갑자기 입매를 아래로 내리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너무 내 안 좋은 점만 보고 몰아세우지 마.” 이가인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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