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나는 젓가락을 들고 있던 손을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장하준을 쳐다보며 물었다.
“우리 아는 사이인가요?”
“우리 고모는 순진하고 동정심이 많은 분이에요. 우리 고모를 이용할 생각은 애초에 버리세요.”
그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고모한테는 아들이 없어요. 그리고 전 그쪽한테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가 말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미애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녀는 내 앞에 작은 접시를 놓았다. 그 안에는 황도와 수박이 담겨 있었다.
“둘이서 무슨 얘기 했어? 꽤 많이 얘기한 것 같던데 말이 통하나 봐?”
“전혀요.”
그는 급하게 부인했다.
나는 장미애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분이 저에게 묻길, 사모님을 이용하려는 거냐, 아니면 이분을 이용하려는 거냐고 물었어요. 굳이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전 사모님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봉사하는 거라고 치죠. 전 이미 좋아하는 남자가 있거든요. 저한테는 그 남자뿐이에요.”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장하준은 오직 자기 사촌 동생에게만 웃는 얼굴을 보일 뿐 그 누구에게나 차갑고 얼어붙은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비웃는 듯 입꼬리 한쪽을 살짝 올렸다.
그가 무슨 자격으로 나에게 눈치를 주는 거지?
정미애는 내 말을 듣자 약간 화가 나서 말했다.
“하준아, 어떻게 한 번도 본 적 없는 분한테 그렇게 무례하게 말할 수 있니? 아린 씨, 전혀 신경 쓰지 마세요. 이 녀석이 너무 잘나가다 보니 주위에 따라다니는 여성분이 엄청나게 많아요. 그래서인지 의심이 좀 많아요. 절대 신경 쓰지 마세요. 하준아, 얼른 아린 씨한테 사과해.”
“괜찮아요. 사과할 필요 없어요. 혹시 하준 씨한테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세상에는 하준 씨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고도 많아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하준 씨를 이용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 말은 즉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는 이내 얼굴이 굳어졌지만 내 말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나는 식사를 마친 뒤 정미애에게 인사를 건네고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