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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내가 조심스레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가자, 구석에 있던 강아지가 머뭇거리다 이내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마치 나를 아는 듯 내 발에 몸을 부볐다. 나는 천천히 쪼그려 앉아 손을 뻗었다. 그러다 강아지를 조심스레 끌어안고, 흰 지팡이를 꽉 쥔 채 방을 나섰다. 이상하게도 이번에 강재욱은 내 앞을 막지 않았다. 어린 레오는 내 품에 파고들며 연신 몸을 비볐다. 나는 작은 머리를 쓰다듬고 엘리베이터 바닥에 내려놓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레오는 내 앞을 서성였다. 몇 걸음 걷다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지금의 레오는 한 살 넘어 보였고 강재욱이 다른 곳에서 데려온 훈련을 받은 안내견이었을 것이다. 나는 근처 펫숍에서 목줄을 산 뒤, 인스타그램에 레오의 새 가족을 찾는 글을 올렸다. 레오가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랄 수 있기를 바랐다. 레오가 안내견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평범한 강아지처럼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랐다. 다만 아직 레오를 어디에서 키워야 할지 모르겠고 학교에 데려가는 것은 비현실적이었다. 그리고 내가 세 든 집의 전 세입자가 아직 이사하지 않았다. 레오를 펫샵에 맡겨 키워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 세상은 광활하지만 내 집이 없었다. 나는 레오를 안고 계단에 앉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할 뿐이었다. 일단 레오를 펫샵에 맡겨 키울 수밖에 없었다. 비록 마음이 놓이지 않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미안해!” 레오의 복슬복슬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속삭였다. 레오는 무언가를 느낀 것처럼 혀를 내밀로 내 손바닥을 핥으면서 무슨 상황인지 모르지만 진지하게 내 정서를 위로해 주었다. 나는 레오를 꼭 끌어안았다. 정말 갈라지기 싫었다. 이번 생에 처음 만났지만 레오가 나에게 많이 의지한 것에 놀라웠다. 마치 전생에 나와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간 날들을 기억하는 것 같았다. 품에 있는 강아지는 따뜻했다. 더 이상 차갑고 뻣뻣해진 강아지의 시체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생에 레오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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