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차문이 닫히며 바깥 소음이 완전히 차단되었고 나는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록 송지우의 표정을 똑똑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몹시 당황하고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송지우는 내 얼굴을 보지 못했다. 내 다리는 외투로 덮여 있었고 찢어진 한복 역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일부러 내민 손은 분명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을 터였다.
그 순간, 회관에서 뛰쳐나오는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강재욱과 이경서였다.
그들 역시 송지우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챘는지, 조심스럽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차가 출발하면서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없었다.
그때, 강도현이 물병 하나를 내밀자 나는 가볍게 감사 인사를 하고 물병을 받았다.
의외로 병은 따뜻했다. 뚜껑이 열린 적 없는 밀봉된 생수였지만 안의 물은 미지근했다.
나는 물을 열어 마시지 않고 손에 꼭 쥐었다. 전생에서 마시면 안 될 물을 잘못 마신 경험이 있기에 이상하게 조심스러웠다.
물론, 강도현이 내게 해를 끼칠 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잠시 내 손을 스쳐 보더니 별말 없이 계속 울리고 있던 전화를 받았다. 아마도 부하 직원의 보고를 듣고 있는 듯했다.
의자에 몸을 기대니 피곤함이 몰려왔고 희미한 잠결에 주변마저 무척 조용해진 듯했다.
그러다 이마에 무언가 닿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어쩌면 착각일 수도, 아니면 아주 미약한 온기, 가늘게 흐르는 숨결이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벌써 삼십 분째 교문 앞에 있습니다. 아린 씨를 깨울까요? 교문이 닫혔습니다.”
운전기사의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뜨니 목이 뻐근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강도현의 어깨에 기대 잠들었던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 허리를 곧추세웠다. 다름이 아니라 혹여라도 내가 그에게 무심코 기대는 바람에 과거 강도현에게 접근했다가 밀려난 여자들처럼 다시는 그의 곁에 설 수 없는 상황이 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힘겹게 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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