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당숙모가 아까 더 이상 나를 지목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두 눈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당숙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중년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복잡한 가정환경에서 자랐군요, 아린 씨.”
“폐를 끼쳐 죄송해요. 혹시 마음이 바뀌셨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 말 마요. 그냥... 제 딸이 생각나서요. 아마 아린 씨보단 조금 어릴 겁니다. 그런데 아린 씨는 아직 공부하고 있어요? 아니면 그만뒀나요? 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고 싶네요. 원래 이런 질문을 잘 안 하는데 오늘은 괜히 신경이 쓰입니다.”
“대학에 재학 중이지만 휴학한 상태예요.”
“그렇군요. 다시 돌아갈 기회가 있으니 다행이네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낯선 이의 걱정, 그리고 룸메이트의 걱정. 내 상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차는 한 시간 가량 달려 도착했다. 그것은 단순한 저택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장원처럼 넓은 곳이었다. 꽃밭을 지나 한 저택 앞에 차가 멈췄다.
“아린아, 먼저 내려서 잠시 기다리렴. 차를 주차하고 데리러 가마.”
“네, 아저씨.”
오는 길에 나는 중년 남자, 그러니까 주태석과 호칭을 정리했다.
내려서 기다리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낯선 번호인 것을 보고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강재욱의 목소리였다.
“입만 열면 나보고 지우랑 관계를 끊으라더니, 정작 너는 중년 남자랑 붙어 다니는구나? 고급 차 한 대면 넙죽 따라가는 거야? 내 차엔 왜 한 번도 기어오르지 않았어?”
“일하는 중이야.”
“지난번 병원에서 널 데려간 것도 그 중년 남자였지? 서아린, 넌 정말 가리는 것도 없구나. 중년 유부남 손길 한 번 탄 주제에 아직도 내가 널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해?”
“그래, 난 중년 남자 손길이 닿은 여자야. 그러니까 우리는 각자 갈 길 가자. 오빠가 어디를 가든 내 알 바 아니라고.”
“우습군. 그렇게 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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