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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저녁 7시 30분, 나는 검은색 원피스로 갈아입고 약속한 장소에서 성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그의 차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창문이 내려가자 성 대표의 교양 있으면서도 가식적인 얼굴이 드러났다. “역시 아름답군.” 그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타라고 손짓했다. 그 순간 갑자기 수치심이 밀려왔다. 지금 당장 돌아서고 싶었지만, 김정태의 협박이 머릿속을 스쳐 어쩔 수 없이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리고 차에 타자마자 나는 문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두 좌석 사이에는 다른 사람이 앉아도 될 만큼의 공간이 남았다. 그때 성 대표가 나를 힐끗 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무릎을 두드렸다. “너 나랑 만나기 싫은 모양이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손을 무릎 위에 얹고 대답했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네요.” “네 아버지가 말하지 않았나?” 그 순간 그의 몸에서 권력자 특유의 위압감과 자만심이 묻어났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무심하게 말했다. “성 대표님은 경성에서 꽤나 유명한 인사인 거로 알고 있습니다. 수조대 자산가에 상장 후에도 주가는 계속해서 상승 중이죠.” “그런데 대표님 눈에 우성 그룹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로 보이나요?” 성 대표는 내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는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시가를 꺼내 들었다. 경성의 밤은 화려하고 복잡했다. 답답한 기분에 차창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순식간에 차 안으로 밀려들었다. “너 생각보다 재밌는 아이네.”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얼굴에 부딪히는 찬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있었다. 얇게 입고 나온 탓에 금세 손발이 시리게 차가워졌지만, 지금 나는 무엇보다도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했다. 그 후로는 성 대표와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파티가 열리는 호텔에 도착했다. 그때 차에서 내린 성 대표가 내게 팔을 내밀었고 나는 그를 잠시 쳐다본 후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 그날 밤 나는 그의 옆에서 ‘꽃병’ 노릇을 했다. 사람들이 성 대표에게 내 정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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